어제는 시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얘, 나 아침부터 머리가 너무 아픈데.. 병원에 가봐야 할까?"
"그럼요 어머니. 몸이 아프시면 당연히 병원에 가야죠. 다른데도 아니고 머리가 아프신데.."
"그렇지.. 그래야겠지~ 병원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가 영 판단이 안 서서 너한테 물어보는 거야."
"몸 아프고 걱정이 되면 언제든 병원에 가는 거예요 어머니.. 병원 꼭 다녀오세요~"
그러고 오후쯤 카톡이 왔다.
"나 병원에 가서 MRI 찍어봤는데 아주 깨끗하대. 네가 병원 가보라고 조언해 줘서 고마워. 혈액 검사까지 해봤는데 고지혈증이 좀 있나 봐. 그것 때문에 머리 아플 수도 있다고.. 약 타왔으니 먹어봐야지. 그러니 너도 안심하고 있어. 암튼 고맙다."
전화를 안 받으셔서 카톡으로 답장을 보냈다.
미루지 않고 바로 다녀오셔서,
아무 일 없어서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나이가 든다는 건 서글픈 일인 것 같다.
몸도 약해지고 덩달아 마음도 약해지니 말이다.
판단이 안 선다는 말은 친정엄마로부터는 수없이 들어온 말이다. 너무 사소한 것까지 물어와서 곤혹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평소에 혼자서도 병원 잘 다니시는 시어머니가 그런 표현을 하셔서 의외였다.
아프다는 걸 말하고 싶으셨던 걸까.
마음이 약해지면 실제로 판단력도 흐려질 수 있지만 그보다는 자식에게 의존하고 싶고 아픈 걸 알리고 싶고 위로와 공감을 받고 싶은 마음이 아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해력으로 우리 엄마도 그렇게 공감을 해주면 좋을 텐데.
친절한 며느리는 될지언정 친절한 딸은 결코 쉽지 않다.
시어머니와의 소통을 아들 대신 며느리인 내가 해왔듯이 나도 좀 누군가가 나 혼자 버거운 딸의 역할을 나눠주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을 표현해 주는 AI 라도 있었으면 참 좋을 텐데.
나는 과연 언제쯤 진짜 어른이 되어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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