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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Mar 13. 2023

어른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어제는 시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얘, 나 아침부터 머리가 너무 아픈데.. 병원에 가봐야 할까?"​


"그럼요 어머니. 몸이 아프시면 당연히 병원에 가야죠. 다른데도 아니고 머리가 아프신데.."

"그렇지.. 그래야겠지~ 병원에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내가 영 판단이 안 서서 너한테 물어보는 거야."

"몸 아프고 걱정이 되면 언제든 병원에 가는 거예요 어머니.. 병원 꼭 다녀오세요~"



그러고 오후쯤 카톡이 왔다.


"나 병원에 가서 MRI 찍어봤는데 아주 깨끗하대. 네가 병원 가보라고 조언해 줘서 고마워. 혈액 검사까지 해봤는데 고지혈증이 좀 있나 봐. 그것 때문에 머리 아플 수도 있다고.. 약 타왔으니 먹어봐야지. 그러니 너도 안심하고 있어. 암튼 고맙다."


​전화를 안 받으셔서 카톡으로 답장을 보냈다.


미루지 않고 바로 다녀오셔서,


아무 일 없어서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나이가 든다는 건 서글픈 일인 것 같다.


몸도 약해지고 덩달아 마음도 약해지니 말이다.



판단이 안 선다는 말은 친정엄마로부터는 수없이 들어온 말이다. 너무 사소한 것까지 물어와서 곤혹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평소에 혼자서도 병원 잘 다니시는 시어머니가 그런 표현을 하셔서 의외였다.

아프다는 걸 말하고 싶으셨던 걸까.

마음이 약해지면 실제로 판단력도 흐려질 수 있지만 그보다는 자식에게 의존하고 싶고 아픈 걸 알리고 싶고 위로와 공감을 받고 싶은 마음이 아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해력으로 우리 엄마도 그렇게 공감을 해주면 좋을 텐데.

친절한 며느리는 될지언정 친절한 딸은 결코 쉽지 않다.


​시어머니와의 소통을 아들 대신 며느리인 내가 해왔듯이 나도 좀 누군가가 나 혼자 버거운 딸의 역할을 나눠주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을 표현해 주는 AI 라도 있었으면 참 좋을 텐데.


나는 과연 언제쯤 진짜 어른이 되어있을까?



#어른 #엄마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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