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같이 화창한 날 웬일로 둘째 녀석이 외출하지 않았다. 눈만 뜨면 밖으로 나가는 녀석인데 얌전히 있는 모습이 영 낯설어서 자꾸만 건드리고 싶어 진다.
"꽁쥬... 엄마랑 벚꽃구경 갈까?"
"아니. 귀찮아."
녀석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단어가 튀여 나왔다. 너도 귀찮을 때가 다 있구나^^
커다란 인형을 안고 뒹굴거리는 폼이 한없이 여유로워 보인다. 덩달아 나도 그 옆에서 게으름을 피고 싶어서 설거지를 미루고 얼른 커피 한잔 타서 왔더니 녀석은 그새 피아노 앞에 앉아있다. 입술을 앞으로 쭉 내민 채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피아노 치는 옆모습이 여간만 귀여운 게 아니었다.
"아이코.. 울 못난이 공주는 왜 이리 이뻐? 오늘은 피아노가 치고 싶었쩌요?"
귓가에 들려오는 엄마의 혀 짧은 소리가 영 거북한지 녀석은 얼른 고개를 돌려 쪽 하고 뽀뽀를 해준다.
"아니지... 볼에 하는 거 아니지!"
입술을 쭉 내민 채 질척댄다. 못 본 척 피아노에 열중하더니 마침표 찍듯이 슬쩍 가볍게 스치고 가는 저 시크함!! 딸이지만 멋지다.
창가로 드리운 따스한 봄 햇살이 한가롭다.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긴다. 몰랑몰랑해진 마음은 한껏 게으름을 피우고
너저분함 속에서도 평화로움을 느끼는 내가 놀랍고 신기하기만 하다. 그렇게 행복은 슬며시 내 곁에 와서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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