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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Mar 30. 2023

봄날은 간다 2

그리움




콜록대는 기침이 끊이질 않았다.

한번 터져 나온 기침은 쉬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저러다 숨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덩달아 내 호흡도 가빠진다. 불안감에 덮고 있던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곧 닥쳐올 상황이 눈앞에 그려졌다. 할아버지의 기침소리에 주무시던 할머니는 벌떡 일어나서 급히 비상약을 챙기기 시작했다. 입안에 뿌리는 약이며 먹는 알약이며 정신없이 찾아서 할아버지의 손에 들려준다. 숨을 헐떡이며 할아버지는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거 아니라고!"


단말마적인 괴성과 함께 물그릇이 엎어지고 약이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숨이 당장 넘어갈 듯 말듯한 상황에서도 할아버지의 히스테리는 한참 동안이나 계속됐다. 결국 스프레이약을 강제로 분사하고 나서야 겨우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호흡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나면 거짓말처럼 할아버지도 차분해진다. 숨을 헐떡이며 온갖 험한 욕을 퍼붓던 방금 전의 공포스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잠시 후 가르릉가르릉 소리를 내며 할아버지는 깊은 잠에 빠져들고 이어지는 할머니의 한숨과 넋두리로 깊어가던 수많은 밤과 낮들...


이 봄, 문득 그날들이 떠올랐다.


천식과 심장병으로 오랫동안 앓다가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길지 않았던  삶을 뒤늦게야 헤아려본다. 그곳에서는 편안한 호흡으로 이 봄날을 만끽하시길 기도해 본다.


컨디션 좋은 날...

가끔씩 부르시던 옛 노래가 그립다.


불어오는 봄바람에 할아버지의 간드러진 노랫소리가 들려오는듯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들던 성황당길에

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봄날은간다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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