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주말 아침, 느지막이 잠에서 깬 아들은 샌드위치가 먹고 싶다고 했다. 며칠 전에 만들어준 감자샐러드 샌드위치가 너무 맛있었다고.. 또 먹고 싶다고 했다.
재료가 남아 있을까 싶어 냉장고를 뒤져보니 감자도 있고 당근도 있고 양파와 햄도 보인다. 거기에 계란까지 있으니 ok!
일단 감자를 4~5개 깨끗이 씻어서 껍질을 제거한 후 작게 썰어서 찜기에 올렸다. 계란 3개도 깨끗이 씻어서 감자옆에 가지런히 두고불을 올렸다.
감자가 쪄지는 동안 양파와 당근을 잘게 다지고 햄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불순물을 제거한 후 다졌다.
오이도 넣고 싶었지만 오이향을 극도로 싫어하는 아들을 배려해서 참았다.
대신 사과 반쪽 썰어서 오이를 대체했다. 꼭 넣으라는 법은 없지만 왠지 아삭거리는 식감이 빠지면 섭섭할 것 같아 꿩대신 닭을 선택한셈이다.
감자가 금세 다 익었다. 작게 잘랐더니 확실히 빨리 익는다. 넉넉한 볼에 뜨거운 감자와 껍질 깐 계란을 넣고 소금 살짝만 뿌려서 마구마구 으깨주었다. 포슬포슬 감자에 계란 노른자와 흰자가 어우러져 부드럽고 영양 가득한 비주얼이 완성되었다. 그대로 퍼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이제 다져놓았던 재료들을 모조리 넣고 소금과 후추 설탕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마요네즈를 넣고 잘 섞어주면 끝이다. 머스터드가 있으면 더 좋겠지만 이대로도 맛은 훌륭하다.
이제 빵에 듬뿍 올려서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데
빵이 없다!!!!
기껏 반찬을 만들고 찌개도 끓였는데 밥통에 밥이 없는 격이다.
내가 그렇지 뭐.
어쩔 수 없다. 사러 가는 수밖에.
지갑을 챙겨 들고 종종거리며 동네마트로 향했다. 빵을 사면서 우유도 사고 과자도 사고 크래미도 샀다. 장바구니 하나 가득 들고 돌아오는 길에
길가에나뒹구는 목련꽃잎을 보았다.석진작가님의 "목련을 그리다"라는 글이 떠올랐다. 목련의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한 글이 다시금 와닿는 순간이었다. 약간 쓸쓸한 기분으로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는데 눈에 반짝 들어오는 게 있었다. 목련꽃이었다. 햇볕 안 드는 응달쪽에 있어서일까 그 목련나무는 이제야 막 꽃을 피우고 있었다. 하얀 나비가날아오르는듯한 우아한 자태의 목련을 보자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피어있길 기도하며 집으로 총총 걸어 올라갔다.
사가지고 온 크래미를 찢어서 감자샐러드에 넣고 잘 섞어주었다. 확실히 크래미가 들어가니까 맛이 훨씬 좋다.
모닝빵에 칼집을 넣어서 반 가르고 속에 감자샐러드를 듬뿍 채워 넣으니 감자샐러드 모닝빵 샌드위치가 완성되었다. 이름이 좀 길지만 맛있다!
식빵으로도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았다. 통밀 식빵이라 꺼끌거려서인가 녀석들은 모닝빵으로 만든 샌드위치가 훨씬 맛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