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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Apr 04. 2023

나에게 온 평화

이제는 지켜내리라



화로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신생아 시절 이후로 가장 편안한 날이 아닌 싶다.

'체험 삶의 현장' 같은 일터를 떠나 집으로 돌아온 지 11개월이 다 되어간다.

돌이켜보니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많은 것이 변했다.​​




시장에서 억척스레 일하던 아내에서, 집에서 살림하고 글을 쓰는 아내로 온전히 받아들여지기까지 남편에게도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다행히 우여곡절의 시간 끝에 모든 것이 꽤 자연스러워졌다. 비로소 내 자리를 찾은 느낌이다.




육아가 편안해졌다.

둘째 심장수술과 길고 험했던 아토피와의 전쟁... 몇 년에 거쳐 이루어진 큰아이 심리 상담과 나 또한 상담이 필요했던 날들... 아이와 함께 우울증 약을 복용하며 온 힘을 다해 버텨야 했던 고단한 날들이 다 지나갔다. 길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한 기분이다.

두 아이는 이제 누구보다 부모를 신뢰하고 편안하고 안정된 모습이다. 그걸 바라보는 나 또한 한없이 평화롭다.



끝없는 돌봄과 나의 관심을 필요로 하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늘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는 사람들, 세월이 흘러도 신세한탄과 부정적인 얘기만 하는 변하지 않는 사람들.... 그 말 같지도 않은 말과 행동들을 나는 너무 오랫동안 묵인하며 들어주고 달래주며 친절을 베풀었다. 내 삶이 피곤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것들과 거리를 두며 죄책감 느꼈지만 이제는 한결 가벼워졌다. ​​




​나를 위한 선택들로 이루어진 시간 속에 물렁했던 나 자신이 단단해졌다.

더욱 나다운 나로 살기 위해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른 지난 시간의 내가 대견하다.

그 끝에 찾아온 고요하고 평화로운 이 시간이 더없이 달콤하고 소중하다. 이제는 내가 선택한,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삶을 가득 채워 보려고 한다. 이것저것 아무거나 담지 않겠다. 내 삶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어쩌면 이기적인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괜찮다!


세상 모든 평화는 거저 얻어지지 않으니까.




#평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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