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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Apr 17. 2023

오늘이라는 추억




지난 겨울 내내 나는 글을 쓰면서 모과차를 타서 마시곤 했다. 오늘 그 커다란 병에 들었던 모과차 마지막 한 스푼까지 탈탈 털어먹고 나서야 비로소 긴 겨울이 가고 없음을 느낀다. 어딘가 남아있던 겨울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기분이다. 허전함이 밀려온다.

글쓰기를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내 마음이 떠오른다. 추웠던 그 시간과 따뜻했던 모과차가 떠오른다. 뜨거운 물을 부어 모과차가 들었던 병을 깨끗이 헹궜다. 그렇게 겨울은 가고 또 하나의 추억이 쌓여가는 거겠지.



과연 오늘은 또 어떤 추억이 될까?



앞머리를 잘라달라는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가위를 들었는데 망했다!


"거봐! 미용실 가자고 했잖아..."


미안한 마음에 괜히 선수를 친다.


거울 속 딸아이 얼굴이 울상이다. 한참을 요리조리 보더니 세상 쿨하게 한마디 한다.


"괜찮아. 난 이쁘니까!"


난리 칠 줄 알았는데 이외의 반응에 안심은 되는데 아무리 봐도 내가 안 괜찮은 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머리를 하고도 친구 만나러 나갔다 온 아이에게 또 묻는다.


"친구들 뭐라 안 해?"


"왜 안 해? 인형 앞머리 같다고 하질 않나 어떤 친구는 잔디 같다고도 하던데."


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작년에 탈색했던 터라 머리색깔이 두 개의 층으로 나뉘었는데 멀리서 보면 검은 부분만 보여서 가뜩이나 짧아진 앞머리가 더 짧게 보이는 착시현상을 일으킨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어떡하면 좋을까ㅠ 염색이라도 해줘야 할까...



아이의 털털한 성격 덕분에 위기는 모면했지만

저 머리를 볼 때마다 괴로울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딸! 미얀햐~~


시간아 빨리 좀 후딱 가라. 울 공주 앞머리 좀 빨리 자라게!



#모과차 #그겨울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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