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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Apr 27. 2023

미쓰리라 불리던 때가 있었다


추억은 늘 아름답지! 그때 난 분명 죽도록 힘들었는데 말이다.




오늘은 누워만 있고 싶다.

빨래며 청소며 다 귀찮다. 한 달에 겨우 두 번 있는 휴무는 사람을 지치게 한다. 깊숙이  침대 속을 파고들며 이불을 턱밑까지 끌어다 덮었다.

좀 더 자야겠다.. 어떻게 된 게 잠은 자도 자도 부족하다. 금세 눈이 스르르 감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끝없이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에 간신히 눈을 떴다. 손을 뻗어 탁자에 있는 핸드폰을 가져다 얼굴 가까이 대고 확인했다. 흐릿하게 "엉터리" 세 글자가 떠있었다.


'쉬는 날 왜 전화하고 난리야..'


툴툴대며 핸드폰을 베개밑에 집어넣고 다시 잠을 청했다. 잠시 끊어졌던 벨소리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끝도 없이 집요하게 울리는 벨소리에 슬슬 화가 나려고 했다. ~진짜!!

벌떡 일어나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

또 '엉터리'었다.


"네 여보세요!"


짜증이 덕지덕지 묻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응 미쓰리... 자는 거 깨워서 진짜 미안한데 이따 오후에 가게 잠깐만 좀 나올 수 있을까? 갑자기 단체예약이 잡혀서 말이야. 나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될 것 같은데... 혹시 나올 수 있겠어?"


할 말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아서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사장은 잽싸게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미쓰리, 그럼 나오는 걸로 알고 있을게.. 나 바빠서 그만 끊는다!"


어이가 없어서 한참 멍하니 앉아있다가 다시 이불속으로 기여 들어갔다.


"알 게 뭐야.. 난 오늘 쉬는 날이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다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 그러나 잠은 이미 저만치 도망가 버리고 눈만 말똥말똥 뜬 채 한참을 그러고 있었다.

우쒸~결국 이불을 제치고 일어나 앉았다. 시계를 보니 오후 한 시가 넘었다. 잠은 그럭저럭 잔 것 같은데 몸이 영 개운치 않다. 더 자고 싶은데 잠도 달아났고...

결국 화장실로 향했다. 씻고 머리 말리고 나오니 배가 고프다. 냉장고는 열어보나 마나 뻔하다. 후딱 옷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하늘은 맑고 푸르고 바다는 그보다 더 푸르다. 쓸데없이 화창한 날씨에 발걸음은 또 왜 이리 가벼운지... 끝없이 펼쳐진 바닷가를 따라 걷고 또 걸었다. 몇 개의 횟집을 지나치고 꼬불꼬불 해안도로를 따라 한참을 걷다 보 저 멀리 보이는 간판이 있다.


엉터리횟집!


점점 간판은 가까워지고 단체예약을 떠올리니 갑자기 돌아가고 싶어졌다. 

'그냥 갈까?'

멈춰 서서 잠시 망설이는데 익숙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게국지다! 맛있겠다!


좀비처럼 어슬렁어슬렁 가게를 향했다.

일은 하기 싫은데 배는 고프다.  밥이라도 나는 먹고 가야겠다!!





#추억 #그시절 #그땐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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