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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Apr 28. 2023

널 생각하면 늘 가슴이 아프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뭐 하냐? 밥 먹었냐? 몸은 좀 어떠냐? 날도 좋은데 나와서 운동 좀 하지 그러냐?

가뭄에 콩 나듯 하는 통화지만  매번 이런 형식적인 질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동생 또한 별다르지 않다. 묻는 말에 적당한 대답들을 골라 되풀이할 뿐이다.

몇 년째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가고 동생은 여전히 멈춘 자리에서 움직일 기미가 없다.


오늘도 그랬다. 점심 먹었냐로부터 시작한 통화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각자의 대사를 완벽하게 읊어 댄 후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끊겼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데...


"너 대체 언제 취직할 거니?"

입속에서 맴도는 이 말  한마디 하면 과연 큰일이 나는 걸까?


'벌써 몇 년째니? 그러고 산 게....

정신 좀 차려.  다른 건 몰라도 적어도 너 스스로는 책임져야 하잖니... 밖으로 나와 제발! 너 뭐든 잘하잖아...............'


봇물처럼 터져 나올 말들이 무서워 오늘도 아무 말 못 했다.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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