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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Apr 30. 2023

내 글에 비난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지난 일요일에 쓴 "하마터면 남의 집 아이 첫 소풍을 망칠 뻔했다" 이 글이 조회수 10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매번 조회수가 오르기 시작하면  거기에 정신이 팔려 다른 무언가를 하기 힘들었다. 언제까지 이 조회수가  오를 것인지, 과연 얼마를 기록할지 궁금해서 하루종일 브런치를 드나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기로 했다.

조회수가 오르는 동안 글 하나라도 더 올리기로 했다. 조회수 특수를 누리기로 한 것이다.


한번 오르기 시작한 조회수는 보통 3~5일에 걸쳐 끝나기 마련어찌 된 영문인지 5일이 가고 일주일이 가도록 조회수는 멈추지 않았다. 덕분에 새롭게 올리는 글들도 덩달아 그 혜택을 받게 되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란 말은 그냥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경험한 게 있다.

내 글에드디어 반갑지 않은 댓글이 달렸다는 것!


반말투로 쓴 첫 댓글이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답글을 달았다. 그때까지는 괜찮았다. 내 글이 그만큼 많은 사람들한테 읽혔다는 얘기니까.

그런데 연달아 달리는 비슷한 댓글을 보고 처음으로 내 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관점으로 글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리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을 해줄 땐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는데 고작 몇 개의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댓글에 이리 주눅이 들다니... 내가 생각해도 참 웃기다.  

내 솔직한 표현이 누군가에게 비난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다. 뭐든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아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물었다. 글을 읽어주고 댓글을 보여줬더니 엄마가 잘 못 썼네요! 그런다.

"왜 그렇게 생각해?"

"엄마가 도시락 싸주기로 했잖아요? 근데 그걸 엄마가 까먹은 거잖아요?"

"그래서?"

"근데 마지막 마무리를 그렇게 썼으니 그런 댓글이 달릴 수도 있는 거죠."

"음..... "

틀린 말이 아니다.



역시 한 편의 글로 모든 걸 보여주는 건 한계가 있다는 걸 느낀다. 그동안 그 엄마와 많은 일이 있었고 나는 그 감정을 껴안은 채 지난 얘기를 쓰다 보니 그 얘기와 상관없는 내 감정이 어느 틈에 끼어들어 갔던 걸까...  

그런데 암만 생각해도 결말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만든 김밥이 그렇게 맛있었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며 아이 도시락을 걱정하는 그 엄마를 모른 체 하지 못하고 덜컥 약속을 했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그 난리를 겪고 나서 저절로 튀어나온 그 본심이 그렇게 잘못된 걸까...

내 자식 도시락은 적어도 엄마가 책임지려 하는 마음가짐이라도 있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늘 누군가에게 손 벌리려는 얌체 같은 모습에 넌덜머리 났던 내 마음이 나도 모르게 그 몇 줄의 결말에 그대로 드러났던 것 같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참 나쁜 것 같다.

그런 마음을 숨기고 호의랍시고  베풀었으니.

어쩌면 나는 그 글을 통해 그녀를 비난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교묘하게 포장하려던 내 감정이 반갑지 않은 몇 개의 댓글에 그대로 드러난 꼴이라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이제  그녀에 대한 글을 그만 써야겠다. 쓰면 쓸수록 화가 나고 더 아프다.  내 가치관과 너무나 다른 사람과의 만남은 때로는 깊은 상처가 될 수가 있다는 걸 이제야 바보같이 깨닫는다.

마흔이 넘어서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얼 못 견뎌하는지를 하나하나 알아간다.


그동안 나에 대해 참 많은 걸 오해했다. 뭐든 수용하는 넉넉한 인간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깊이 베인 상처로 아프고 나서야 나는 그렇게 괜찮은 사람도, 관대한 사람도 아님을 알게 되었다.


주저리주저리 길게도 썼다.

오늘은 그런 마음이다.

뭘 어떻게 써도 해소되지 않는 마음.



그래도 글은 계속 써나갈 것이다.

나는 글쓰기를 사랑하니까.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인연 #관계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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