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광대한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불안을 잠재우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무한한 공간 속에서의 우리는 모두 한없이 작고 나약한 존재이며, 사람들 사이에 어떤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숭고한 자연 앞에서 그 차이는 우스울 정도로 옅어진다. 우주의 먼지보다 자그마한 나 자신이 자연의 경외감에서 밀려날 때 편안함을 되찾게 된다니. 범우주적인 측면에서 삶을 바라보는 것, 이 점은 내가 작년 한 해간 가장 크게 느낀 무언가였다.
그래서 나는 아바타 : 물의 길이 좋았다. 특별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도,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전반적인 사회 테마들은 다 녹여낸 무난한 스토리라, 외계 생명체들의 삶 속에서 나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무엇보다 그들이 자연을 존중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빌린 것이고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라는 숭고한 정신과 함께 자신만이 대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화를 이뤄나가는 모습이 경건했다.
사실 이 모든 지점들은 내 2023년과도 연결된다. 이전부터 이야기해 온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많은 것을 느끼고 싶다는 작은 욕심이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2023년 목표는 2022년에 책과 매체를 통해 와닿은 낭만적 자연주의를 몸소 체험하는 것! 아바타 판도라 행성의 바다만큼이나 아름다운 물색을 띠고 있다는 페티예에서의 패러글라이딩,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카파도키아에서의 열기구 투어, 그리고 중동 지역의 사막을 건너는 것까지 등등... 물론 다 해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자연에서 느낀 풍부한 감정만큼은 전부 꾹꾹 눌러 담아 오고 싶다. 그곳에서 또 어떤 근원적인 위로를 찾게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