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지금 우리만의 잘츠부르크에 있잖아

by 조란마


조카는 온몸으로 나의 잔소리에 파업을 선언했다. 우리의 평화로운 간격이 벌어진 건 한순간이었다. 관광지를 둘러보며, 현지인들 속에서 식사를 하고, 길을 걸으며 사진을 찍는 그런 여행과는 다른 여행길. 조카에게 안녕을 선사하겠다던 이모는 그 잠깐을 못 참고, 며칠 동안 공드렸던 시간에 찬물을 끼얹어버렸다.


한국과는 다른 시간과 공간의 차이가 주는 압박감이 분명히 있을 터다. 대회를 앞두고 있는 마음에도 여러 감정들이 오갈터다. 종일 이어지는 연습 속에 그 모호한 감정들을 다스리며, 집중하고 있는 그를 너무나 이해한다. 그리고 응원하며, 나 또한 최선을 다해 몸과 마음이 달리고 있다. 그런데 그 잠깐을 참지 못하고, 뱉어버린 말.



조카는 나의 조카여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차분하고, 성품이 근사한 아이다. 나는 그에게 친구이지 잔소리의 대상은 아니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캠핑을 함께 다니고, 웃고 떠들며 게임을 하는 그런 사이이다. 어젯밤 나도 은근히 지쳤었나 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세심히 조카를 보호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나 스스로의 결심이 커다랗던 탓일지도 모른다.



옆에서 지켜봐 주기. 그저 말없이 챙기기. 마음속으로 뜨겁게 응원하며, 조카를 향해 웃어주는 일이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리라. 나의 말투 때문이었는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 중인건지. 그의 팔과 다리에 올라온 두드러기는 오늘 하루 깜짝 파업선언으로 마무리되길 바란다. 그래, 늘 되뇌듯이 느긋하자. 우린 지금 우리만의 잘츠부르크를 만끽하고 있잖아. 그리고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