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빚,달빚,별빚_유하
가을 들판에 참새 떼처럼 내려앉는
오후의 햇빛이여
갈대숲 강아지풀 어루만지며
수랑골 방죽 위에 뛰노는 달빛, 별빛이여
아, 이 대지 위의 빛 잔치
대지는 늘 흥청망청 잔치를 여는구나
보아라 무진장으로 해가 꾸어주는 저 빛을
달과 별이 빌려주는 저 빛을
오후 다사로운 햇빛 빚더미로 쏟아지는
가을 들판 눈물 하나로 흔들린다
- 유하, ‘햇빚, 달빚, 별빚’
햇빛,
달빛,
별빛.
자연의 온갖 빛이 빚이다.
그러므로,
햇빚,
달빚,
별빚.
자연의 빛과 같이 따스하고도 찬란한 그 무엇.
나를 이롭게 하는 것들.
소중한 것들.
한편,
도무지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
그렇게 너 또한 나는 무심히 받았으니.
너는 내 것이 아님을,
다만, 잠시 빌리고 있을 뿐임을.
인정했더라면 우리는 밝았을 지도 몰라.
너를,
네 마음을,
너와의 시간을 허투루 다루지 않았을 테니까.
세월의 무게만큼 켜켜이 쌓인 빚.
네게 받은 빛,
네게 받은 사랑,
받았으니, 다시 줄 수밖에.
빛을 받은 이만이 빛을 줄 수 있고,
사랑을 받은 이만이 사랑을 줄 수 있다.
내 안에 있는 너는 무엇인지,
그 크기만큼 나는 한 뼘, 한 뼘 무심히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