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밤_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 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 나희덕, '푸른 밤'
사실, fact.
진실, truth.
사실은 실재하는 것이고,
진실은 실재하지 않기도 해.
사실은 지금, 현실이고,
진실은 지금이며, 또한 미래이기도 하지.
진실은 참된 것,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인거야.
누군가 말했다.
스스로에게 속고 있다.고,
혹은, 서로가 서로에게 속고 있다.고.
설령, 이 말이 사실이라 해도
속고 있는 사실이, 내게 진실이면 그걸로 된 거고,
선택한 그 진실들을 감당할 용기가 있다면,
또한 그걸로 된 거야.
나는 너를 내려놓느니
차라리 날 내려놓는 게 백 번 쉬워,
지금 이렇게 이 상황을, 이 진실들을,
붙잡고 있으니.
버티고 있으니.
오늘도 여전히, 네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