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요_김용택
오세요
강이 있고
산이 있는 곳
길이 있습니다
비어가는 가을 들녘 끝에 서 있으면
가슴 깊이 밀려오는 그리움이 있는
해 떨어지는
그곳
그 어느 곳에 우리가 털린 볏단처럼 서 있었지요
오세요
-김용택, 오세요
10월의 마지막 비가 내리고 가을도 이제 다 떨어졌다. 고이.
머얼리 아치형 다리 위로 무엇인지 느릿느릿 기어간다.
벌레처럼 꼬물꼬물 거린다.
비에 젖어 숙연한 강이 눈앞에 펼치는 이 곳,
머릿속에 엉킨 수많은 말들과 함께,
우두커니. 있다.
기적을 바란 건 아니지만,
가슴이 뛴다.
울컥, 치미는 것들.
치가 떨린다.
날 선 글자 속의 네 마음을 짚어간다.
왜?
차마 묻지 못했고,
구차한 날들이 지나갔다.
다시 오겠지.
그러나 기다리던 것은 오지 않았다.
지금 어디에 있는 지,
무얼 하고 있는 지,
아직도 마지막 순간이 그려지는 지,
아직도 내가 네게 그런 존재인 지,
끊임없는 잡념들.
테이블 위, 마블 인형 한 쌍이 천진하게 웃고 있다.
따라 웃을 수 없어 무색하다.
조용히 인형의 미소를 창밖으로 돌려 세운다.
차라리 강을 보렴.
내리는 비,
내리는 가을,
내리는 10월,
추억만 남은 이 곳에서,
마음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