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_ 13 : 이르쿠츠크, Антрекот Шашлык-бар
20170205, 저녁식사, 안트레코트 샤슬릭 바(Antrekot Shashlyk Bar)
호텔에서의 짧은 휴식 후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전에 빠르게 음식점들을 검색해보았는데, 좀 괜찮다고 하는 음식점들은 전부 앙가라 호텔에서 제법 떨어져 있었으며, 카를 마르크스 스트리트(칼 막스 거리, Karla Marksa Street)와 130 지구(130 квартал, 130 Kvartal) 근처에 포진해있었다. 맛있다고 알려진 곳은 한국의 리뷰나 외국의 리뷰나 비슷했기에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를 했는데, 안타깝게도 130 지구는 거리가 지나치게 멀었기 때문에 제외하게 되었다.
최종적으로는 어떤 몽골 음식점과 이곳을 두고 판단을 하게 되었는데, 이쪽이 좀 더 세련된 느낌이 나기도 하고, 무난한 메뉴들이 더 많아서 선택하게 되었다. 사실 몽골 음식들은 쉽게 도전할 것이 못 된다. 보통 전처리를 많이 하지 않는 데다, 육류 위주로 구성된 식사는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고역일 수 있다. 반면 안트레코트는 육류를 기조로 하지만 그 외 국제적으로 대중화된 요리들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으므로 더 적합해 보였다.
카를 마르크스 스트리트까지 가는 길은 거의 주택가에 가까웠으며, 그 거리 또한 엄청나게 번화가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그러한 느낌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데, 다양한 음식점들과 가게가 있긴 하지만 요란한 느낌은 덜 하여 정돈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아마 길고 곧게 뻗은 도로를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낮은 건물들이 길게 늘어서있는 데다, 그 건물들이 유사한 형상을 가지고 새하얗게 통일되어 있고 요란한 간판들이 거리를 혼란시키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입구는 알면 쉽게 찾을 수 있으나 모르면 찾기 어려울 정도로 애매한 존재감을 띄고 있었다. 출입구는 건물의 남동쪽, 카를 마르크스 거리 방향으로 나있는데, 2층을 매장으로 쓰고 있는 터라 1층에는 계단 정도의 공간만 있는 데다, 그 입구가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 있고 그 앞은 조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안으로 들어가 2층으로 들어가니 활기를 느낄 수 있었는데, 입구에 놓인 현대적인 장식물과 세련된 인테리어는 너무 힙(Hip)한 곳에 와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Антрекот Шашлык-бар 관련된 링크
홈페이지(러시아어), 구글맵 정보, 오픈스트리트맵(좌표)
Меню에서 러시아어로만 음식/주류 메뉴를 볼 수 있습니다. 실제 메뉴판과 동일합니다.
이르쿠츠크 내 지점이 3군데 있으며, 그중 카를 마르크스 거리를 방문했습니다.
인테리어는 현대적이면서도 차분한 느낌이었는데, 너무 세련됨을 강조하려 한 나머지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것과는 거리가 다소 있었고 오히려 편안한 기분이었다. 벽과 천장과 가구 등은 적절한 색 배합을 보여주고 있었으며, 서로 잘 녹아들어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예약을 하지 않아서 가게 중앙의 2인석에 의자를 덧붙여 앉게 되었다. 아무래도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이 상당히 많았으며, 오히려 식사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기다리지 않고 바로 앉을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인 것 같았다. 음식메뉴는 영어로도 갖추고 있었으나, 음료 메뉴는 영어 메뉴가 없어서 안타까웠다. 대신 러시아어로 된 음료 메뉴를 받아 해독하는 쪽으로 했는데, 키릴 문자를 읽을 줄은 알기도 했고, 일부는 사진도 포함되어 있는 데다, 아이콘과 글자색이 도움을 줘서 생각보다 읽을만했다. 영어 메뉴가 없다고 했을 때 중국어 메뉴라도 괜찮냐고 웨이트리스가 물었지만, 중국어는 하나도 모르므로 거절했다.
그러고 보면 동양인으로서 서양 쪽 국가를 다닐 때 대뜸 중국어 안내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상대방 쪽에서는 나름대로 손님들에게 친절을 베푼다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다른 선택지도 주지 않고 바로 중국어 안내책자나 메뉴판을 들이밀면 다소 당황스럽다. 물론 그들이 가장 많이 상대하는 동아시아인들이 중국인이기는 하겠지만, 그리고 특히 세계에 관심이 덜한 서양인들은 동아시아인들이 다 중국인이거나 중국어를 쓴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긴 하겠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다소 가볍게 불쾌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이렇게 선택지를 주는 곳을 만나면 오히려 고맙게 여겨질 정도이다.
중점적으로 미는 메뉴는 가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샤슬릭인 것 같았다. 다양한 육류 중 하나와 사이드 하나와 소스를 선택하면 밀전병을 만 것과 시즈닝 한 오이를 함께 주는 시스템이었다. 그 외 스테이크, 샐러드, 수프, 파스타, 버거, 튀김류, 디저트 등을 비롯한 다양한 단품 메뉴들을 볼 수 있었으며, 사이드도 적절히 추가할 수 있었다. 모두 무게가 적혀있으므로 양을 판단하기에 용이했고, 가격대는 전반적으로 저렴한 편인 것 같았다.
음료도 엄청 다양했는데, 차, 칵테일, 증류주, 맥주, 와인, 커피 등이 다양한 종류를 갖추고 있었으며, 보편적인 것들도 있었지만 독특한 것들도 많아서 상당히 궁금했다. 그리고 샷 칵테일을 세트로 파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혹시 달리고 싶은데 그냥 보드카를 마시기는 힘들다면 그런 것들을 주문하는 것도 괜찮아 보인다. 그 외에 물담배도 가능한 것 같았는데, 관심이 없었으므로 자세히 보지는 않았다.
상당히 다양한 메뉴들이 끌렸지만 식사 후 다른 곳도 방문한다고 생각해 적게 주문했는데, 그릭 샐러드와 양고기 케밥을 중심으로 한 샤슬릭 세트와 채끝등심(Striploin) 스테이크를 시켰다. 사이드로는 구운 야채와 으깬 감자를 주문했으며, 주류는 라거 맥주와 보드카 한 잔씩과 와인을 한 병 시켰다. 웨이트리스가 영어를 잘 했기에 주문을 하기는 상당히 쉬웠으며, 일부 설명을 요구한 부분에 대해서도 잘 설명해주어 큰 도움이 되었다.
주류를 먼저 받고 음식을 기다리는 와중 바깥이 상당히 어두워졌는데, 그와 함께 가게 내부의 조명도 어두워져 다소 당황스러웠다. 살짝 어둡게 하여 분위기를 맞추는 정도라면 이해를 하겠는데, 사진을 찍기 힘들고 음식을 자세히 관찰하기 힘들 정도로 어둡게 하여 좀 불편했다. 다만 벽 쪽의 좌석에 있는 조명들은 일반적인 조도를 유지했는데, 왜 중앙 쪽과 바 테이블 쪽만 지나치게 어둡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먼저 주류가 제공되었는데, 그다지 특별한 것을 시키지 않았으므로 인상에 크게 남지는 않았지만 괜찮은 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어서 샐러드가 나왔는데, 채소가 신선한 편이었고 하나로도 세 명이서 간단히 먹기에 좋았다. 혼자라면 애피타이저로만 먹기에는 다소 양이 많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걸 다 비우고 좀 기다리니 나머지 메뉴가 전부 나왔는데, 조명이 조금만 더 밝았으면 정말 먹음직스러웠을 것 같다. 메뉴판의 사진과 똑같이 나왔는데, 플레이팅이 조밀하게 되어 있어서 양이 적어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한 명이 먹기에 충분했다. 다진 양고기 케밥은 누린내가 별로 안 나면서도 고소했으며, 채끝살 스테이크는 지방이 붙어서 나왔는데 그 부분은 자르기 힘들었지만 살코기는 부드럽고 괜찮은 편이었다.
이러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만족스러웠다. 스테이크는 살짝 높은 가격대를 보여주지만 납득할만한 품질로 나왔으며, 샤슬릭을 포함한 대부분의 메인 메뉴가 6천원대 전후이고, 곁들일 음식들을 2~4천원 대에서 부담 없이 추가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다만 애초에 가격이 저렴한 편이므로 엄청 대단한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 가격대니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것으로, 고급 레스토랑 가격으로 똑같은 음식이 나왔다면 혹평을 했을 것이다.
따라서 적절한 가격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음식을 먹고 싶다면 여기를 추천하고 싶다. 정말 매 끼니를 신경 써서 먹는 사람이거나 러시아의 Authentic 음식을 찾고자 한다면 이 곳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그 정도로 신경 써서 먹지는 않을 테고, 익숙한 음식이 아니면 거부감이 큰 사람도 많을 테니 그런 경우에는 고려해볼 만하다.
저녁식사만으로 아쉬웠던 우리는 근처 맥주집으로 향했다. 엄청 괜찮은 곳이었다.
설명에 ⓒ가 붙어있는 사진과 타이틀만 직접 찍은 것입니다.
출처 1 : ⓒ OpenStreetMap contributors. https://www.openstreetmap.org/copyright 참조. 편집은 직접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