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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 Jun 19. 2024

소소한 일상(15)

엄마 밥

 감자에 이어 콩알이도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콩알이는 입버릇처럼 사업을 하겠노라 말했는데 어느 날 인턴을 지원하더니 3개월의 기간을 채워 일을 했다. 일하는 3개월 내내 거의 매일, 매주 생각이 바뀌더니 어제는 정규직 전환 계약을 했다. 출퇴근 시간만 왕복 2시간 30분이 넘는 거리였다. 남편도, 감자도 비슷한 지역에 있어 마찬가지였다. 이럴 바엔 이사가 답이겠다 싶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꼬박꼬박 아침을 먹는 우리와 달리 감자는 원체 아침 식사를 싫어하기도 했지만 출근 시간이 빨라 늘 굶고 나간다. 피 끓는 청춘인지라 늘 밤늦게 들어왔고 어쩌다 빨리 퇴근해 들어와도 집에 오면 8시였다. 어떤 때는 저녁 먹고 왔다고 거짓말하기도 했고 어떤 때는 생각 없다며 엄마 밥을 거절했다.

 콩알이는 그때그때 대충 요구르트나 삶은 계란, 바나나나 크래커 따위를 먹고 출근한다. 퇴근해 집에 오면 보통 8시가 넘으니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엄마 밥을 안 먹는다. 대신 이것저것 주전부리로 때운다.

 애들이 이렇게 저녁을 먹지 않는 게 나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애들이 어릴 때부터 난 밤마다 남편에게 ‘주부 퇴근’을 외치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들도 자연스레 엄마를 퇴근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특하기도 하지만 좀 서글프다. 두 아이 모두 어릴 때부터 먹성이 좋아 부지런히 음식을 해먹이곤 했는데 이젠 해주고 싶어도 먹일 기회가 잘 없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셔서 난 모든 요리법을 글로 배웠고 또 요리를 즐거워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훌쩍 크고 나니 내 손으로 음식해 줄 날이 그리 많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각자 짝을 만나 떠날 거고 어쩌다 한 번 ‘엄마 밥’을 찾겠지! 가끔 아이들이 좋아하는 반찬을 해서 저녁밥 먹기를 권해 보지만 좀처럼 넘어오지 않는다.

  “내 새끼 입에 밥 들어가는 걸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던 엄마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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