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의 휴가(11)

캠핑장 로지 - 인터라켄

by 애니

한 학기밖에 안 된 기간이었지만 콩알이가 부쩍 컸다는 느낌이 들어 뿌듯했다. 짐을 꾸려 인터라켄을 향했다. 콩알이가 앞장서길래 난 느긋이 뒤따라갔다. 아뿔싸! 뿌듯함이 무색하게 눈앞에서 기차를 놓쳤다. 유럽의 다른 나라라면 그러려니 할 일이었지만 여긴 스위스였다! 우린 서로 어이없다는 눈길을 주고받으며 다음 기차를 기다렸다. 스위스 패스가 없었다면 얼마나 속이 쓰렸을지! 역시 더블 체크가 필요하다.

인터라켄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설렘보다 걱정이 앞섰다. 적당한 가격의 숙소가 없어서 덜컥 캠핑장을 예약했기 때문이다. 이럴 때 아니면 콩알이가 언제 캠핑장을 가보겠냐며 호기롭게 예약했지만 내심 불안했다. 그나마 도미토리가 아닌 2인용 로지를 예약한 걸로 위안을 삼긴 했지만 콩알이도 신경이 쓰이는 듯했다. 예약 사이트에서 본 사진은 훌륭해 보였지만 샤워실도, 화장실도 공용이었고 무엇보다 침대로 꽉 찬 방이라 여행 가방은 펼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하지만 인터라켄 동역에서 내리자마자 거짓말같이 걱정은 설렘으로 바뀌었다. 인터라켄은 여전했고 콩알이가 6살이던 때로 나를 돌려보냈다. 힘들다고 툴툴대며 따라다니던 감자와 콩알이를 가장 활기차게 변하게 한 그대로였다. 구글 맵은 우릴 없던 길도 새로 만들게 하며 캠핑장으로 안내했다. 강을 끼고 넓게 펼쳐진 캠핑장은 정말 캠핑을 하고 싶은 욕구를 활활 불타오르게 했다(참고로, 난 20대 때 캠핑 경험으로 충분하다며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족속이다)!

체크인을 하고 열쇠를 받아 떨리는 마음으로 로지 앞에 섰다. 겉모습은 역시 작았다. 그리고 안도 그랬다. 바닥에 가방 하나를 펼치자 우린 설 곳도 없어 침대 위로 쫓겨 갔다. 그래도 스위스답게 침구는 청결했고 작은 창문도 있었다. 환기도 시킬 겸 창문을 열어 놓았다가 개미의 습격을 받고 다시는 열지 못했다.

우린 저녁거리를 챙겨 주방으로 향했다. 사이사이 캠핑카 앞에서 놀고 있는 가족들도 보였다. 저 때가 가장 빛나는, 찬란한 때라는 것을 그들은 알까?

주방도 깔끔했고 필요한 도구들도 빠짐없이 구비되어 있었다. 간간이 마주치는 여행객을 피해 내일 아침은 좀 일찍 먹기로 콩알이와 무언의 약속을 했다. 여행을 하면서 여행객을 피하려 하다니! 저녁을 먹고 캠핑장 주변을 산책했다. 석양이 질 무렵의 강변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적당한 가격의 숙소를 못 찾은 게 오히려 감사했다.

콩알아, 이 순간이 가끔은 네게도 위로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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