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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Apr 13. 2020

환경이란 묵은 과제를 시작해보려고 한다

매거진 SSSSL[:쓸]을 응원하는 이유

환경에 대한 주제는 언제나 나의 마음만 무겁게하는 묵힌 과제와 같은 존재였다.


알람이 울리면 '10분 뒤'로 맞추고 10분 뒤가 되면 다시 10분 뒤로 미루며 죄책감을 느끼는, 그렇다고 아예 알람을 꺼버리기엔 찝찝한 부담스러운 것.


퇴사 여행으로 떠난 제주도에서 뜬금없이 이 책을 사든건, 단순히 책이 예뻐서 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더이상 나의 알람을 미루고 싶지 않은 작은 첫 걸음이지 않았을까.

바이러스, 이상 기온 같은 단어들에 둘러쌓여 있으면서 더이상 환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SSSSL[:쓸] 은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의 이야기를 담은 매거진이다.

현재 네이버 해피빈에서 6호를 펀딩 중이고, 내가 읽은 건 창간호이다.

스티커 작업이라면 저도 많이 해봤는데요, ^_ㅠ


초반에는 ‘Trash Map’이라고 해서 우리나라와 세계의 쓰레기 배출량의 실태를 인포그래픽으로 보여준다. 톤 단위의 어마어마한 숫자들을 보고있으면 한숨이 나온다.

그에 이어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일상 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배출되는지 모델링 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전체적인 형식이 읽기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고, 톤앤매너도 너무 무겁거나 강압적이지 않아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다 읽어버렸다.


창간호에서는 매거진의 핵심 키워드인 ‘제로웨이스트 라이프’에 대해 설명하고,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환경보호에 대한 당위성은 느끼고 있지만 적극성을 갖추지 못한 나로서는 솔직하게 말해서 그런 모습들이 ‘굳이 저렇게 까지…?’ 하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나에게는 너무 번거롭고 비효율적인 모습들이었다.

비닐봉지 한 장 안쓰기 위해 너무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드는 삶. 그게 정말 최선일까?

우리 삶에는 환경 말고도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잡지를 지지하는 이유는 이것이다.


"영화 인셉션에는 누군가의 머리에 심어 놓은 작은 생각 하나가 점점 자라나 그가 내리는 어떤 중대한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무렇지도 않아던 것에 대해 뜬금없이 죄책감인지 미안함인지 모를 불편한 기분이 들다니. 나는 인셉션을 당하고 만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이 잡지를 읽는다고 어느 날 내가 갑자기 ‘그래! 난 이제부터 제로웨이스트 라이프를 살겠어! 비닐봉지도 빨대도 이제 끝이야!’ 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을 이야기하는 목소리를 마주하다보면, 내가 귀찮아서 지나쳤던 행동 하나쯤은 환경을 위해 감내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행동이 나 한 명에서 다른 사람으로, 결국 개개인의 행동 하나로만 이어져도 의미있는 영향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인셉션을 기대하며, 나는 이 잡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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