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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니 May 05. 2021

핫플 한 번 가보자고 몇 시간씩 기다리는 이유

성수 '오브코하우스'에서의 시간

성수는 너무나 핫한 곳이고 공간에 대한 큐레이션이 우수한 동네라지만, 유독 북적거린다고 느껴지는 동네다.

합정, 이태원, 신사, 송리단길 등등 다른 핫플도 많은데 유난히 타이밍이 안 맞았던건지, 성수(서울숲~뚝섬~성수역 일대)에서는 한 번에 스무스하게 자리를 잡은 적이 거의 없다. 게다가 유난히 '인스타그램 감성이지만 자리는 불편한 카페'가 많은 동네라고 느껴지기도 했고.


그래서 성수에는 지도에 저장해놓은 장소들에 비해 막상 방문하는 빈도는 적었는데, 모처럼의 평일의 휴무를 맞이했으니 이참에 평소에 못 갔던 카페들을 싹 다 돌 생각이었다.

(*5월 3일 방문한 글입니다)


오브코하우스 OFCO HOUSE

서울 성동구 서울숲6길 17
월, 수, 목, 일 12:00 - 18:00
금, 토 12:00 - 21:00
화 휴무

안가본 카페 vs 가봤는데 너무 좋았던 곳 중에 망설이다 결국 오브코하우스는 이 때 아니면 못 갈 것 같아서 다시 방문했다.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사람이 꽤 많아서 테이블이 많이 안남았었는데, 중간에 운 좋게 해 드는 창가에 앉을 수 있었다!


성수의 핫플들을 다니며 느끼는 건, "핫플레이스"라는 개념은 '원한다면(혹은 돈만 내면) 아무나 갈 수 있는 꽤 괜찮은 공공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무슨 커피 하나 마시는데 그렇게까지 기다려야해?', '밥 한 끼 먹자고 땡볕에 몇 시간씩 서있는게 말이 돼?'라고 생각했는데, 핫플레이스는 더이상 단순한 커피, 밥 한끼의 개념이 아닌 것 같다.

누군가 카페는 초단기 부동산 임대업이라고 했다는데. 단순히 커피, 밥 한끼만 원한다면 배달이나 포장을 해야하는 시대인 것이고, 매장 안에서 즐기는 것은 메뉴 그 이상의 서비스와 경험이 제공된다.


인기 '품목'은 항상 희귀하고 품절된다. 그렇기 때문에 핫플레이스는 항상 만석이다. 새로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기다리는 시간을 시급으로 따지면 얼마야 이게. 아니면 사람이 없는 날에 시간 내서 방문하던가. (하지만 연차는 값으로 따지면 또 얼마인가?)


핫플레이스의 가격은 점점 비싸진다. 흥행에 성공한다면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원하는 공간을 '소유'하기 어려워진 만큼, 공간이 주는 경험에 목말라 있으니. 나 역시나 집에서 취향껏 누릴 수 없는 채광, 깔끔한 인테리어, 맛있는 커피 같은 것들을 찾아 헤맨다.

오브코하우스의 입구에는 29cm에서 선정한 29spot의 9번째 공간이라고 써있었다.

음? 오브코하우스는 깔끔하긴 하지만 다소 무난한 느낌인데-하고 갸웃했지만, 막상 재방문을 잘 하지 않는 나도 이 곳이 3번째 방문이었다. 심지어 커피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공간 때문에! (사실 커피는 내 입맛에 평범했다)


공간경험이라는 건 정말 신기하다. 꼭 내가 의식적으로 '와 대박이다! 너무 멋지고 최고야, 짜릿해!'라고 느끼지 않았는데 계속 가게되는 곳이 있고, 분명 딱히 불편한 점 없이 좋은 곳이라고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와봤으면 됐다'로 만족하게 되는 공간이 있는 것 같다.


핫플과 개취 사이, 대중성도 취향일까

그렇다면 공간경험만 좋으면 성공한 공간일까? 그다지 유명한 곳이 아닌데도 계속 가고싶은 곳이 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이 많이 간다는 곳을 알게되면 벌써부터 엉덩이가 근질근질하다.


경험이라는 것도 가치로 환산되는 시대라, 이따금 나의 취향을 무시하고 일단 핫플을 찾는 경우도 다반사다. 예를 들어, 인스타에 #성수카페 로 올린 글이 우리 동네 #00동카페 글보다 인기가 많은 것과 같은. '핫플'이 생길 수 있었던 요인은 취향에도 대중성이 있기 때문일까, 대중성도 하나의 취향이기 때문일까.


어쨌든 '핫플'이라는 것과 '계속 가고 싶은 곳'은 다른 것임이 분명하다. 모든 핫플이 꼭 '다시 오고싶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으므로. 내가 공간을 운영한다면 어느 것에 더 비중을 두어야할까.

속으로 성대모사 했다면 최소 90년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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