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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한PD Mar 23. 2020

마로니에와 심신

독한PD 에세이

'마로니에와 심신을 아세요?'


이들은 90년 대 초반 지금의 아이돌급 이상의 인기를 누렸던 가수들이다. 마로니에는 '칵테일의 사랑'이라는 노래로, 심신은 '오직 하나뿐인 그대'라는 노래로 전국을 들썩였다. 당시 나는 국민학교 시절이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국민학교가 뭐지?'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1996년 3월부터 '국민학교'라는 용어에서 '초등학교'로 변경되었는데 나는 국민학교 마지막 졸업 세대다. 나는 국민학교 시절 마로니에와 심신의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며 성장했다. 당시 그들과 함께 했던 가수들은 서태지와 아이들, 노이즈, 투투, 룰라 등이 있다. 매일 공부보다 '마이마이(mymy)' 또는 '워크맨' 불리는 기계로 카세트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노래를 들었다.


그로부터 약 25년 후 나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가 됐다. 그런데 오늘 그 추억의 가수들을 촬영하게 되었다. MBN 생생정보마당 <그때 그 who>라는 코너 촬영인데, 옛 추억의 연예인들이 지금은 어떻게 사는지 다큐 형식으로 보여주는 코너다. 어렸을 적 매일 듣던 노래 중 하나였던 '칵테일의 사랑'을 불렀던 가수 마로니에를 만난다고 하니 평소 다른 촬영보다는 기분이 설레기도 하고 묘했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집으로 들어간 나와 조연출 후배 PD를 마로니에 남자 멤버인 마로님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코로나 때문에 몇 달 동안 집에 있었다며 너털웃음 짓는 마로님. 마로님의 얼굴에서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졌다. 마로님의 아내는 파라님. 파라님도 마로니에의 멤버이다. 그동안 '칵테일의 사랑' 노래를 1500번~2000번 불렀다고 한다. 우리도 촬영 때문에 이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PD'라는 직업으로 이 명곡을 내 눈앞에서 라이브로 듣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실감이 나질 않았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지금도 옛 가수들의  노래가 라디오를 통해 듣게 될 때면 국민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아련한 기분에 휩싸인다. 마로니에는 '칵테일의 사랑' 노래로 KBS 가요톱텐 프로그램으로 5주 연속 1등을 했다. 그 영광의 순간들을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살짝 눈시울이 붉어지는 마로님. 사람은 누구나 꽃 피는 인생은 있었다. 그 시기가 빠를 수도 있고 늦을 수도 있다. 마로님은 26살 대학생 때 그 영광을 누렸으니 꽃이 빨리 핀 것이었을까?






"마로니에가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때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어요?" 


내가 질문을 던졌다. 이들의 사연은 무엇일까? 왜 갑자기 무대에서 사라진 걸까? 마로님과 파라님은 갑자기 안 좋아진 건강 때문에 한동안 노래를 부르지를 못했다고 한다. 마라님은 공황장애와 직장암, 파라님은 허리 통증으로 인해 좋아하던 노래도 못하고 굉장히 힘들었던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서로가 있었기에 의지하고 버틸 수 있었고 병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래서 두 부부의 사랑은 굉장히 남달라 보였다. 그리고 다시 컴백해서 활동하려고 할 때는 '마로니에'라는 이름이 대중들에게 잊혀진다는 게 두렵다고도 했다. 금처럼 빛나고 화려해 보이는 연예인들도 안을 들여다보면 사연은 있었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무대에 섰다. 그리고 다시 대중들에게 선보일 신곡을 준비하는 마로니에를 응원한다. 


오늘 촬영은 마로님의 절친 심신 선배님까지 함께 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선글라스와 쌍권총 춤을 추며 불렀던 '오직 하나뿐인 그대'의 주인공 심신. 큰 키와 잘생긴 외모는 여전했다. 오자마자 기타를 꺼내며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천생 가수이자 뮤지션이다. 마로니에와 심신 선배님은 서로 가족같이 지내며 같이 공연도 하고 음악으로 소통한다고 한다. 앞으로도 어떤 활약을 할지 기대가 된다. 긴 시간 동안 웃으며 촬영한 심신 선배님, 마로님, 파라님께 감사하다. 그리고 촬영이었지만 잠시나마 이들을 통해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음에 더 감사하다. 앞으로도 두 가수가 '칵테일의 사랑' , '오직 하나뿐인 그대'의 노래를 대중들에게 오래도록 불러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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