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독한PD Apr 24. 2020

현업 방송 제작 PD와 유튜버의 중간에서 느낀 점

독한PD 에세이

나는 현재 현업에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 PD로 일을 하고 있다. 올해 13년 차 프리랜서 PD로 주로 공중파 교양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을 해왔다. 지금은 종편 채널 아침 방송 프로그램 코너를 일주일에 한 편씩 제작하며 유튜브 콘텐츠도 함께 제작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이름은 <독한 PD>이고 우리 주변에 독하게 성장하는 사람들을 인터뷰 형식이나 다큐 형식으로 보여주는 채널이다. 작년 10월부터 유튜브를 시작했고 본업을 하며 아무리 바쁘더라도 일주일에 채널에 2개 이상 콘텐츠를 업로드했다. 정말 바쁠 때는 후배에게 편집을 부탁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채널에 쌓인 콘텐츠가 60여 개 정도 되고 500명의 구독자도 생겼다.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는 단순하다. PD로 일을 해오며 내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렇게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여러 기회들이 나에게 왔다. 강의의 '강'자도 모르는 내가 지금은 프리미어 프로 왕초보반 원데이클래스를 운영하며 사람들에게 편집을 가르쳐주고 있다. 또한 유튜브를 시작하며 작년 12월에 만든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의 인원이 200명이나 된다. 그리고 이 채팅방에서 알게 된 유광선 출판사 대표님과의 인연으로 책 출판 계약까지 맺었다. 유튜브를 하지 않았다면 결코 일어날 일들이 아니었다. 그 변화와 성장기를 내 블로그나 브런치를 통해 글로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방송 제작 PD와 유튜버 2개의 직업을 가지면서 그리고 그 경계에서 활동하며 어떤 것을 느꼈을까? 



첫째는 PD가 유튜브를 하기가 더 유리하다는 점이다. 일 자체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 유리할 수밖에는 없다. 마음만 먹으면 뚝딱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기본 베이스로 깔고 간다는 뜻이다. 프리미어 프로 한글판 원데이클래스를 수업하면서 느끼는 점은 처음 편집 프로그램을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겠다는 점이다. 우리는 처음 접하는 분야를 배우려고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부동산이나 운동도 그렇지 않은가? 하물며 영상 촬영이나 편집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처음에는 어렵고 촬영 편집 시간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둘째는 방송 프로그램 제작할 때보다 유튜브를 하면서 기획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유튜브스럽게 제작할 수 있을까를 더 고민하게 되고 어떻게 제작하고 어떻게 섬네일 문구를 만들어야 시청자들이 내 콘텐츠를 클릭할 수 있을까를 더 연구하게 된다. 레귤러 방송 프로그램의 경우는 그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확실히 정해져 있어서 어느 정도 프로그램 포맷에 맞추면 된다. 하지만 유튜브는 다르다. 오히려 방송에서 보여주지 않는 부분을 보여줘야 조회 수가 더 나오고 요즘 트렌드에 더 민감함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매번 어떤 콘텐츠를 해야 하고 만들지 더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먼저 묻게 된다. 이런 아이템으로 유튜브 콘텐츠 만들려고 하는데 어떨 거 같은지 말이다. 그리고 내가 운영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다른 유튜버들이 스쳐 지나가는 이야기도 귀담아듣게 된다. 



셋째는 내 채널에 올리면 '내 콘텐츠'라는 것이다. 10년을 넘게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언젠가 나만의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 일단 방송국에 프로그램을 납품하면 남는 것은 월급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내 유튜브 채널에 납품(업로드) 하면 수익은 되지 않으나 콘텐츠는 남는다. 이 콘텐츠들이 쌓여 1000명의 구독자와 4000시간의 시청 시간을 만들어내면 내 채널에 광고를 붙일 수 있게 되고 수익을 낼 수 있게 된다. 어떻게 보면 수익 전까지는 투자라는 생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유튜브는 시청자들이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을 남기는 피드백도 빠르다. 잘 봤다고 재밌었다고 하는 댓글을 보면 힘들어도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 수 있는 힘이 된다. 



넷째는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들이 현장에서 경험하는 것들이 전부 재산이라는 것이다. 유튜브를 하며 드는 생각 중 하나는 조금 더 어릴 때 유튜브를 알아서 내가 경험하고 만난 사람들을 촬영하고 기록해서 업로드했다면 어땠을까?라는 것이다. 일반 회사원보다 다양한 세상 경험을 할 수 있는 직업이 'PD'이다. 나 역시도 우리나라 전국은 물론 저 멀리 아프리카까지 취재하고 촬영을 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 만약 지금 이제 막 방송일을 시작한 PD라면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경험하는 것이 전부 재산이라고, 그리고 그 경험을 조금씩 기록해서 외장 하드에 쌓아두라고 말이다. 그 영상들이 앞으로 유튜브할 때 큰 힘이 돼줄 것이다. 


다섯 째는 앞으로 유튜브 채널을 가지고 있는 PD가 사업화할 수 있는 기회들이 더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성장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는 것은 일종의 내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플랫폼으로 다양하게 사업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차린 스튜디오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이 채널에서 홍보를 할 수도 있고, 내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나 영화를 만들었다면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홍보할 수도 있다. 물론 채널이 성장해 있어야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영향력 있는 유튜버들과 함께 콜라보를 하며 수익 활동도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영상을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영상 교육을 함으로써 수익을 낼 수 있다. 나는 실제로 지금 교육 사업을 준비하며 편집 원데이클래스를 운영 중이다. 내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더 줄 수 있다. PD들이 꼭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수익이 내는 것이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상 내가 느낀 점을 써보았다. 유튜브를 하면서 힘들어도 내가 꾸준히 영상을 만들 수 있는 힘은 절실함과 그리고 내 콘텐츠를 봐주는 구독자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00여 명의 구독자들이 내 콘텐츠를 봐주고 뒤에서 나를 응원해 준다고 생각하니까 절로 힘이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구독자와의 소통도 중요하다. 구독자의 댓글에 좋아요도 눌러주고 댓글도 달아주는 것은 필수다. 유튜브는 소통의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6개월 차 초보 유튜버로서 아직 배워야 할 부분이 많다. 유튜브 관련 책을 읽어가며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 조금씩 조금씩 채널이 성장하는 만큼 나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이 성장하는 과정도 즐기고 싶다. 앞으로 내가 꾸준히 유튜브를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나도 궁금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