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독한PD May 25. 2020

78세 철쭉 할아버지가 살아가는 힘은?

독한PD 에세이

MBN 생생정보마당 방송 촬영으로 전주에 왔다. 이번 촬영은 집 마당과 비닐하우스에 엄청난 양의 화초를 키우는 70대 노부부를 취재하고 촬영했다. 키우는 철쭉의 종류만 150종류가 넘는다고 한다. 특히 꽃이 피는 5월에서 6월 사이 하루에 전국 각지에서  100여 명이 넘게 이 집을 구경하고 간다. 이 집이 더 유명해진 건 작년 이맘때쯤 <SBS 세상에 이런 일이>에 출연하면서부터라고 한다. 방송의 힘은 컸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이 집의 주소가 어디냐는 문의가 방송국으로 엄청나게 쇄도했다. 많은 철쭉을 관리하는 사람은 올해 78세 김강수 할아버지. 젊었을 때 보디빌딩을 했을 정도로 건강한 몸을 유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많은 철쭉들을 모으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분재원을 갔다가 철쭉 꽃을 본 순간 너무나도 아름다웠어요. 꽃 색깔과 꽃 잎 생김새도 다양해서 철쭉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죠. 아내보다 철쭉 꽃이 더 좋을 정도였어요.(웃음) 처음에 3개 정도 구입했다가 새로운 품종이 나오면 사고 또 사고. 그게 쌓여서 오늘에까지 이르게 됐어요’ 


철쭉만이 아니었다. 철쭉 이외에도 많은 종류의 화초도 키우기 시작했고 급기야 집 마당에 커다란 연못을 만들었다. 물레방아와 인공폭포를 설치해 비단잉어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비단잉어만 110마리를 키운다. 말 그대로 김강수 할아버지만의  '무릉도원'을 만든 것이다. 소문을 듣고 꽃을 보러 온 관광객들은 다양한 생김새의 철쭉 꽃과 아름다운 연못을 보며 감탄을 연발했다. 김강수 할아버지는 꽃구경하는 사람들에게 꽃 설명도 해주고 사진도 촬영해 주었다. 그리고 그의 아내 안순례 할머니도 손님들에게 과일과 안주를 내오며 관광객들을 맞이하느라 바빴다. 조용하던 동네가 시끌벅적해진 이유는 부부가 집을 개방하면서부터다. 



그런데 촬영하는 도중에 아무리 봐도 입장료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손님들이 돈을 주려고 하면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사래를 치며 돈을 받지 않았다. 왜 돈을 받지 않는 걸까? 


"저희 집 꽃 구경은 365일 무료입니다" 


나는 놀라며 다시 물었다. 


“왜 무료로 개방을 하시는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이 꽃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꽃을 보고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보람과 성취감이 느껴집니다. 돈은 받지 않아요. 다만 많은 분들이 찾아오니 주차 문제만 해결했으면 좋겠습니다”  


김강수 할아버지는 오히려 손님들이 기대감을 안고 와서 구경 왔다가 실망감을 느끼고 가지 않을까 더 걱정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매일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과 인사하고 웃으며 대화하는 것이 즐겁다. 관광객들이 할아버지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며 '천사'라고 불러준다. 할아버지는 이렇게 찾아오는 사람들을 보며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처음에 쓸쓸했던 집이 지금은 활기가 돋는다. 그래도 연세가 있는지라 다리가 아프다. 많은 화초들을  기르며 관리하다 보니 어깨 힘줄이 끊어져 한쪽 팔도 쓰기가 힘들다고 했다. 꽃 피는 시기에 손님들 맞이해야 해서 수술도 미루었다며 수줍은 웃음을 짓는 김강수 할아버지.  


“화초를 키우며 매일 대화를 하면서 정성과 절제를 배워요.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저희 집에 꽃구경 왔으면 좋겠어요” 


할아버지의 소박한 꿈을 들으며 진정한 나눔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내 욕심으로 움켜쥐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할아버지와 철쭉꽃을 보며 눈만 호강하는 것이 아니라 덤으로 나눔의 감동까지 얻어 간다. 노부부가 건강하게 오래도록 이 행복의 보금자리를 지켜주었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