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PD 에세이
“설레인다"
이사를 얼마 앞두고
가구점에 가서 가구도 보고
집에 돌아오는 길
어머니가 했던 말이다.
새로운 보금자리에
새 가구들을 들일 생각을 하니
어머니도 들뜨고 신이 났다.
환경의 변화가 그동안 잊고 살았던
‘설레임’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수 있도록
마법이라도 부린 것인 걸까?
'설렌다'는
어머니의 그 말을
나는 처음 들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어머니에게
'설레임의 순간' 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24년 전 어렵게 서울 달동네로 이사 와
아들 삼형제 뒷바라지하느라
갖은 고생은 다 했다.
돈 버느라 세월이 흘러 어느새 환갑이 되었고
어머니에게 남은 것은 아픈 다리와 침침한 눈뿐이다.
앞으로 어머니의 인생에서
‘설레인다’ 라는 말을
더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어머니에게 설레임을 안겨줄 수
있는 아들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