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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제나 Jan 05. 2021

서른 살에 수능 보기 - 시작

2020년 공부 일기

나는 왜 수능을 보는가


고등학교 때 수학 점수에 맞춰 문과/이과 중 이과를 선택했고 수능 점수에 맞춰 대학 전공을 선택했으며 대학 전공에 맞게 만 23살에 국내 대기업 IT회사에 입사했다. 그리고 만 25살에는 싱가포르로 가 해외취업했다.

그렇게 내 적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IT 엔지니어로 살다가 문득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 무엇일까 생각이 들었고 COVID-19로 재택근무를 하며 그것에 대해 깊게 생각할 기회가 생겼다.


- 미술 (그리기, 보기)

- 외국어 공부

- 역사와 철학


나는 항상 이 분야들에 관심이 많았다.

어렸을 때 ‘공룡’에 한 번씩 빠지듯 나는 ‘이집트 역사’에 빠졌었고 대학생 때 교양 과목으로 한국사, 고고학 등을 수강했었고 취미로 읽는 책들은 ‘미술 이야기’ 시리즈였다. 하지만 이과라는 이유로, 취업이 안된다는 이유로 인문학부(사학과 등) 전공은 꿈도 못 꿨었다. 그리고 항상 과거를 후회하듯 지금 바로 도전하지 않으면 나중에 분명 후회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커리어를 바꾸자는 목표가 생겼고 진골, 성골을 따지는 한국 사회에서 한국 역사를 연구하려면 대학부터 다시 들어가야만 할거 같았다. 만 28살에 수능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는 게 쉽진 않겠지만 COVIC-19로 외출도 못하는 상황이라 시도라도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1년 반 공부 기간을 고 21년 11월에 수능을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운 좋게 22학년도 입시부터 정시 인원이 늘고 문이과가 통합되어 나에게 더 기회가 많아지기도 했다.



2020년 5월, 공부를 시작하다


2020년은 모든 과목을 한 번씩 훑는 걸 목표로 했다. 해외에 거주하다 보니 한국 수능 문제집을 구할 수도 없어서 일단 무료인 EBSi 인강을 듣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문제집 PDF 파일이나 무료로 배포하는 EBS 수능 연계 문제집(수능특강, 수능완성)을 아이패드로 다운로드하여 풀기로 했다.


5월 : 수학 I

6월 : 수학 II, 수학 (상)

7월 : 기하, 수학 (하)


미적, 적분이 문제가 아니라 더하기 빼기도 빠릿빠릿하게 안됐고 두 자릿수 곱하기는 너무 오래 걸려 계산기를 쓰고 싶을 정도였다. 중학교 수학도 까먹어서 인수분해, 근의 공식들은 따로 정리하기도 했다.

수학 I은 EBS 차현우t 강의, 수학 II는 EBS 남치열t 강의, 기하는 다시 EBS 차현우t 강의를 들었고 연습 문제로는 인터넷에 누군가 올려놓은 수학 문제 PDF를 풀었다. 그러다 보니 답지에 해설이 없는 문제는 알 방도가 없었는데 ‘콴다’라는 앱을 알게 됐다. 수학 문제 사진을 찍으면 누군가가 해설을 해준다. 유레카!


8월 : 수학 기출, 영어 기출


개념 공부 후 수학 나형 모의고사를 풀어보니 3~4개 틀려서 80 후반~90 점수가 나왔다. 나형이라 기하 문제는 안 푼 거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만족하는 점수였다.

영어는 절대평가로 바뀌어서 이전보다 난이도가 낮아졌었다. 그간 토익 공부+해외생활로 당연히 1등급 90점은 넘겠지? 싶었는데 쉬운 문제는 너무 쉽지만 어려운 문제는 너무 어려웠다. 빈칸, 순서 맞추기 문제는 더 이상 영어 실력을 판가름하는 문제가 아니라 기술이 필요한 문제로 보였다. 모의고사를 풀면 점수는 90 초반이 나와서 확실한 1등급을 위해선 공부가 필요해 보였다.


9월 : 국어 문학 파트, 영어 문법


고등학생 때도 취약했던 언어영역.. 국어 기출을 풀어보니 80 초반 점수가 나왔다. 이전에 있던 듣기 문제 대신 화법과 작문이라는 유형이 새로 생겼고 비문학(독서) 난이도가 엄청 엄청 올라갔다. 한글인데도 한글이 아닌 느낌...

일단 유명하다는 EBS 윤혜정t 개념의 나비효과 인강을 들었다. 와... 그것은 신세계였다... 여태 주어진 문제만 풀었다면 이제 출제자가 왜 이런 문제를 냈을까 생각하게 되는 경지에 이르게 됐다. 인강을 듣는 와중에도 얼른 모의고사를 풀어서 점수가 얼마나 올랐는지 알고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기출을 풀어보니 80 중반... 다만 이전과 차이가 있다면, 이전엔 이건가? 싶어서 답을 골랐다면 지금은 확실하게 답을 고른다는 거다. 그리고 인강을 들으며 EBS 수능특강 문학 문제집을 풀 인강에서 배운 개념을 적용하려고 노력했었다.

영어는 문법이 취약하다는 걸 깨닫고 EBS 로즈리t의 Grammar Holic 인강을 들었다.


10월 : 물리 I, 국어 독서 파트


예전에는 탐구 4과목을 응시했는데 이제는 2과목으로 변경됐다. 나는 인문학를 진학할 거라 사탐, 과탐 모두 응시가 가능했는데 이왕이면 한 번이라도 들봤던 게 나을 거 같아 과탐을 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친숙한 물리 I, 생명 I을 보기로 했다.

물리 I은 EBS 차영t의 수능개념 인강을 들었는데 단원이 적어서 부담이 되진 않았으나 내용이 엄청 재밌거나 하진 않았다.

그리고 국어 독서 파트에 익숙해지기 위해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EBS 수능특강 독서 문제집의 2 문단씩 풀기로 했다. 빈속에 정치, 경제, 과학기술 글을 읽으려니 헛구역질이 났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듯 어느새 적응하게 됐고 나는 사회(법, 정치, 금융) 분야에 취약하다는 걸 알게 됐다.



2020년 11월, 사설 인강 패스권 구매


이때 여태 들인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21년 수능은 꼭 봐야겠다 다짐을 했다. 내년에 구매하려고 했던 사설 인강들이 마침 11월에 할인을 시작해 인강 패스권을 고민 없이 구매하게 됐다. 생각보다 매우 비쌌고 패스권과 별개로 구매해야 하는 교재들도 다 비싸 보였다. 한 곳만 살까도 생각했는데 메가스터디는 수학에서 유명한 현우진t가 있고 대성 마이맥에는 국어에 박광일t, 김승리t, 영어 이명학t, 탐구 배기범t(예정), 백호t(예정) 있어 고민 끝에 둘 다 구매하기로 했다.


메가 스터디 : 예비 고3 프리미엄 30 (790,000)

강의만 듣는 패스권은 490,000원이었으나 교재 캐쉬 300,000원+추가 증정 60,000원을 해주는 패스권으로 구매했다. 게다가 메가스터디는 환급 제도가 있어서 수도권 대학 입학 시에 인강 패스권 금액을 환급해준다고 한다. 49만 원을 위해서라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성 마이맥 : 19 PASS (270,000)

대성 Galaxy Buds Live를 사은품으로 주는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버즈는 언니한테 선물로 주기로 하고 패스권을 구매했다.




11월 : 생명 I, 국어 화작 파트


물리에 이어 생명(생물) 공부를 시작했다. 사설 인강 패스권도 샀으니 교재 없이 대성 정수민t의 BIo-Able 개념의 완성 인강을 들었다. 물리에 비해 과목이 정말 많으나 재미를 느꼈다.

그리고 매일 아침 EBS 수능특강 화법과 작문 문제집을 풀며 처음 본 유형인 화작 문제들에 적응해갔다.


12월 : 영어 순서/삽입, 국어 전체, 기하


사설 인강을 뭘 들을지 보다가 대성 이명학t의 Read N’ Logic(리로직) 인강에서 순서/삽입, 빈칸 완성을 다룬다는 걸 알게 됐다. 영어에서 고난도에 속하는 유형이고 내가 취약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먼저 순서/삽입 인강을 들었다. 결과는 대만족! 어떻게 문제를 푸는지 이제 좀 알 거 같다.

그리고 EBS 수능완성 국어 문제를 아침마다 풀며 아침 시간에 국어 문제를 푸는 거에 계속 적응해 갔다.

그리고 수학에서 자신 없었던 기하 부분을 다시 복습하기로 했다. EBS 남치열t의 수능개념 인강을 들으니 개념도 다시 잡을 수 있었고 3차원으로도 도형을 보여주셔서 이해하기 쉬웠다.




이렇게가 2020년 공부 내용이다. 앞으로의 2021년 공부 이야기는 브런치에 매주 기록할 예정이다.


싱가포르의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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