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있어만 주어도
점심을 먹고 연구원 건너편 서울혁신파크를 찾았다. 창의적인 공간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에너지란 엄청난 것이어서 잠시 그 공간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일순간 내가 특별한 사람으로 느껴지고 뭔가 해낼 것만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구경하고, 내일은 지갑을 꼭 가지고 와야지 다짐하면서 반지도 구경하고. 그러다 상상식물원을 개장했다는 건물 옥상에 들어섰다.
정말로 상상이 많이 요구되는 식물원이긴 했지만 좀 더 어두워진 저녁에 보면 훨씬 예쁠 것 같았다. 그러다 옥상에서 건물 밑을 내려다봤는데, 어린 아이들이 소풍을 왔는지 올망졸망 모여 밥을 먹고 있었다.
어떤 예술작품보다도 더 완결성있는 구도로 모여 앉아있는 아이들을 구경하는데, 아이들 몇이 고개를 들어 나를 발견하곤 웃는다. 사진을 찍는 나에게 브이를 만들어보이면서 어어?하고 신기해한다.
찰나의 순간인데, 멀리 떨어진 아이들이 한번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에너지를 얻었는지. 세상 순수한 존재들이 말간 얼굴로 웃어주어 나도 평소보다 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들아, 그냥 있어만 주어도 고맙다.
하나님도 우릴 보며 이런 기분을 느끼실까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나른한 오후가 꽤나 충만하게 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