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샐리 Oct 04. 2015

지켜봐주는 것의 소중함

영화 인턴을 보고





인턴을 보고 나서 '아는 것에 대해 말을 아끼고 기다려주는 일'의 어려움과 소중함에 대해 글을 쓰고 싶어졌다.


대학교 2학년 때였나. 나보다 7~8살 많은 교회 오빠들을 만나면서 세상의 모든 조언을 다 들은 듯 했다. 그땐, 아니 어떻게 이렇게 우리를 모아놓고 많은 얘기들을 풀어놓고, 조언해줄 수 있을까 놀라웠는데. 한 살 두살 먹을수록,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 뭔가를 조언하고 알려주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내가 겪었던 일이니까. 눈에 뻔히 보이니까.





그치만 내가 그 나이에 지금 아는 것들을 알지 못했던 것처럼, 또 내가 그 나이에 들었던 조언을 따르지 않고 그들 눈에 뻔한 실패를 겪었던 것처럼, 어쩌면 그냥 묵묵히 지켜보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 벤이 줄스에게 섣부른 조언을 먼저 하지 않고, 줄스가 털어놓을 때까지 기다려준 것. 그것이 아마 내가 벤을 현명한 어른으로 느끼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을 좌우할 만한 조언이 필요한 게 아니라, 마음 속 결정에 대해 상대의 믿음과 지지를 필요로 할 때가 많다. 나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람과 좀 나누고 싶은 것이기도.



그러니까 눈에 보이는 게 많을수록, 알아가는 게 많을수록 좀 더 지켜봐주고 상대에게 진심어린 응원과 지지를 보낼 줄 아는 게 진정한 어른이 갖춰야 할 덕목이지 않을까.





어렸던 (지금도 한참 어린 나이이긴 하지만) 내가 이상형으로 꼽았던 것 중 '내가 길을 조금 잃더라도 나를 지켜보며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이가 들어도 그 항목은 계속 이상형 체크리스트로 남아있다.


그리고 나도 그런 어른이 되길.





+

줄스와 벤이 결혼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It must have been a long marriage."
"Not long enough. Only 42 years."

이 대목이 한 번 더 날 감동시켰다.
42년을 너무 짧게 느꼈던 벤.
어디있을까 이런 사람은?








매거진의 이전글 500원 짜리의 추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