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날아다니는 여우(2)

박쥐의 세계: Tolga Bat Hospital

by YY

큰 박쥐류가 있는 곳으로 갔다. 관코과일박쥐 두 마리가 케이지에 매달려 있었다. 전체적으로 갈색에 눈까지도 갈색이었다. 노란 점이 몸 곳곳에 있어 아주 예뻤다. 날개로 몸을 둘러싸 나뭇잎처럼 위장을 한다고 했다. 단순히 '박쥐'라고 생각한 동물이 이렇게 다양했다. 전 세계에 1400종이 있다니... 포유류의 20%를 차지한다. 설치류 다음이었다. 그동안 몰라봐서 미안하구나...



IMG_6053.JPG 관코과일박쥐

많은 박쥐들이 매달려있는 큰 케이지에는 케언즈에서 본 녀석들이 있었다. 정확한 이름은 안경날여우박쥐(Spectacled flying fox)로, 안경을 쓴 듯 큰 눈 주위를 노란 털이 둘러싸 한층 깜찍한 외모에 마치 목도리를 두른 듯 뒤통수부터 어깨까지 노란 털로 뒤덮여 있었다.


IMG_6071.JPG


여러 가지 방법으로 매달아 놓은 사과, 바나나, 오렌지 등 과일을 맛있게 먹는 중이었다. 그중 한 마리가 머리가 위로 가도록 몸을 뒤집더니 오줌을 쌌다. 작은 박쥐류는 거꾸로 매달린 채로 싸지만 큰 박쥐류는 몸을 돌려서 싼다고 했다. 세상에 박쥐가 오줌 싸는 모습도 보다니! 바닥에 떨어진 과일 찌꺼기는 모아서 지렁이가 있는 흙에 준다. 환경친화적인 방법에 세심함이 느껴졌다.



IMG_6068.JPG 힘찬 오줌 줄기

박쥐가 피해를 입는 원인은 날카로운 철망, 마비 진드기, 열사병 등이다.

가장 먼저, 철망은 사람으로 인한 피해다. 가축을 보호하려고 사람들이 쳐놓은 철망에 동물들이 걸리면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밤에는 철망이 잘 보이지 않아, 마치 덫과 같다. 대부분 빠른 속도로 날다가 걸리기 때문에 몸이 돌아가며 옭아매 진다. 나도 차를 타고 가다가 철망에 걸려 죽어있는 부엉이를 발견하고 그 심각성을 깨달았다. 이 병원에서도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안전한 울타리로 교체하도록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다.



batonbarb_cow.jpg 출처 https://www.wildlifefriendlyfencing.com

두 번째 원인인 마비 진드기는 사람이나 동물을 물면서 신경독을 분비해 뒷다리가 마비되고 나중에는 호흡 불능으로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마비 진드기가 기승을 부리는 10월-12월 사이가 되면 매년 200-500마리 안경날여우박쥐가 어미를 잃고 이 병원에 온다. 어미는 새끼와 항상 붙어 있다가 무거워지면 나무에 놔두고 나갔다 오는데, 어미가 돌아오면 새끼가 날개에 해먹처럼 눕는다고 한다. 포대기에 싸여 젖꼭지를 물고 있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이 보살핌이 필요한 '아기'였다. 구조된 새끼들이 병원에서 잘 적응하면 2월쯤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종종 돌아와 먹을 수 있도록 먹이를 제공하며 적응을 돕는다.



IMG_6075.JPG 포대기에 싸인 박쥐 인형

마지막은 지구온난화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기온이 40도 이상 올라가는 날들이 많아 박쥐들이 피해를 입는다. 퀸즐랜드주에서는 이로 인해 2014년 45000마리, 2018년에 23000마리의 여우박쥐들이 죽었다. 땅에는 떨어진 박쥐 시체들이 즐비했다. 호주의 한 생태학자는 '박쥐들은 탄광의 카나리아와 같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이미 박쥐의 죽음을 통해 경고장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모르거나 무시한다. 박쥐가 보여준 미래를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날아다니는 여우(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