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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Y May 17. 2021

비슷하게 생겼지만 달라달라

뉴질랜드남섬 여행(3):타카헤vs푸케코

 타카헤는 뉴질랜드에만 사는 날지 못하는 새다. 뜸부기과에 속하며 우리나라의 물닭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크고 색이 다르다. 타카헤는 1898년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후 자취를 감췄다. 


원인은 19세기에 뉴질랜드로 이주한 유럽인들이었다. 이들과 함께 뉴질랜드 섬으로 들어온 고양이와 족제비가 날지 못하는 타카헤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염소와 사슴은 타카헤가 먹는 식물을 먹어치웠다. 


타카헤는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 가엾은 새가 멸종됐다고 여겼다. 그런데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타카헤가 발견됐다. 무려 50년 만이었다.  


우리나라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철새인 느시가 10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을 때가 생각났다. 느시가 내려앉은 경기도 여주에는 카메라가 빼곡했다. 사람들은 마치 슈퍼스타를 따라다니는 파파라치처럼 느시가 움직일 때마다 흑 바람을 일으키며 쫓아다녔다. 경계심이 강한 느시는 분명 그 무리를 불편해했을 것이다. 당시 상황을 뉴스로 접하며, 한국을 찾아온 귀객이 편히 지낼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했다. 


출처 https://www.eaaflyway.net/stop-dont-shoot-like-that-a-guide-to-ethical-wildlife-photography/


다행히 뉴질랜드에는 그런 손님을 극진히 모시는 곳이 있었다. 앞서 언급했던 오로코누이 생추어리다. 이 안에는 멸종위기종들을 위협하는 외래종도, 그들을 구름 떼같이 추적하는 사람들도 없다. 


타카헤도 경계심이 강해서 이렇게 안전한 곳에서조차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똥은 볼 수 있었다. 마치 누가 질겅질겅 씹다 버린 건초 줄기 같아 보였다. 타카헤는 식물을 먹고 즙을 흡수한 후, 나머지는 배설한다. 이렇게 싸는 양이 하루에 7m나 된다. 



오로코누이 생추어리를 돌아보고, 더니든에서 크라이스트처치로 차를 몰았다. 타카헤 야생복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윌로우뱅크 야생동물공원이 있는 곳이었다. 오로코누이 같은 생추어리를 기대했지만 일반적인 동물원이었다. 실망하며 걷던 찰나, 바로 눈 앞에 타카헤 가족이 한가로이 물가를 걷는 모습이 보였다.


푸케코(타카헤보다 길쭉길쭉하다), 타카헤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엇갈린 운명...


'오로코누이에서는 코빼기도 안보이던 타카헤를 이렇게 쉽게 볼 수 있다니!'


그런데 조금 더 가니 길가에 또 한 마리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타카헤와 생김새가 달랐다. 이 새는 타카헤의 친척뻘 되는 푸케코였다. 타카헤보다 가볍고 날 수도 있었다. 뉴질랜드뿐 아니라 호주, 파푸아 뉴기니, 인도네시아에도 산다. 허가를 받으면 사냥도 가능했다. 이유는 푸케코가 사람들이 심어놓은 농작물을 뽑기 때문이다.


비슷한 모습 때문에 2015년에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푸케코를 잡으러 다니던 사냥꾼들이 타카헤를 푸케코로 오인했던 것이다. 결국 타카헤 4마리가 죽었다. 수명은 15년, 1년에 한 번 번식하고 새끼 한두 마리만이 성체가 되기 때문에 4마리를 잃은 것은 타카헤 보전에 엄청난 손실이었다. 다행히 그 이후로 조금씩 늘어났지만 현재는 400여 마리만이 남아있다. 


잠깐 볼 수 있었던 타카헤


윌로우뱅크 한편에서 타카헤를 만났다. 내 눈에 띄기 무섭게 안 쪽으로 숨어버려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오히려 숨을 곳이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타카헤는 내가 보기 위해 살아있는 존재가 아니다. 느시도 그렇다. 이들은 야생 생태계의 일원으로 살아가야 할 존재다. 부디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잘 살아남기를 바란다. 우리가 안전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지 못한다면, 이들은 영영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않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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