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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Y Jun 11. 2021

아이고 또 곰이 탈출했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말레이곰 보전센터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대웅제약에서 1961년 '우루사'를 선보인 후 TV에서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라는 CM송까지 인기를 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곰의 쓸개인 '웅담'을 탐하는 사람들이 있다니. 웅담은 오래전부터 약재로 쓰였다. 지금은 과학의 발전으로 다양한 대체제가 나와있기 때문에 굳이 곰을 잡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인간의 욕심은 더럽게 끈질기다. 한국과 중국은 웅담 채취를 위해 곰 사육을 허용하는 유일한 나라다. 불법인 나라에서도 사람들은 법의 감시망을 피해 어떻게든 곰의 내장 분비물을 입에 넣으려 한다. 말레이시아도 그런 나라 중 하나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에서는 예전부터 야생 곰을 사냥했다. 곰에게서 웅담 분 아니라 발바닥, 발톱, 송곳니, 피부를 빼앗아 먹거나 장식한다. 또한 새끼를 어미로부터 떼어놓아 애완용으로 키운다. 다행히 말레이시아에는 야생동물보호법이 있다. 2019년 5월, 말레이시아 법원은 두 명의 베트남인에게 각각 벌금 156만 링깃(한화 약 4억 2천만 원)과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표범, 수마트라 영양, 말레이곰 등 멸종위기 보호종을 불법 소지한 혐의였다. 그다음 달에는 말레이시아 유명 가수가 말레이곰 새끼 두 마리를 허가 없이 콘도에서 키우다 발각돼 기소됐다.

출처 https://www.channelnewsasia.com/news/asia/malaysia-sun-bear-in-kl-condominium-singer-arrested-116


말레이시아에는 곰들을 구조하고 보호하며 치료해 야생으로 돌려보내는 보전센터가 있다.  한 말레이시아 생물학자가 사바주 정부와 비영리단체 LEAP(Land Empowerment Animals People)과 함께 2008년에 세웠다. 2014년부터는 이곳을 대중에게 개방해 교육을 시작했다.


센터 방문객들이 교육 영상을 보고 있다.


들어가 보니 말레이곰 한 마리가 아주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있었다. 맨 눈으로는 잘 안 보여 비치돼있는 쌍안경을 사용했다. 동물원에서는 말레이곰을 가까이 볼 수 있었지만 이렇게 멀리 높은 곳에 있는 곰은 본 적이 없었다. 곰이 올라갈 키 큰 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동물원 환경은 동물의 몸뿐 아니라 태어난 그대로 살고 행동하고자 하는 동물의 욕망을 제한시켜 버렸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숨고자 하는 욕망을, 땅굴을 파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에 누울 욕망을, 위로 위로 올라가 아래를 굽어보고자 하는 욕망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동물원은 소수다. 동물원 동물들은 동물이 보이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방문객을 위해 몸을 보여줘야 할 의무를 억지로 떠안았다. 원래 해야 할 행동 외에 무얼 할지 모르는 동물들은 좁은 공간을 빙글빙글 맴돈다.


말레이곰 보전센터의 말레이곰

이곳의 곰들은 그런 의무가 없으니 아주 자연스럽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심이 한치도 없어 보였다. 물론 처음에 구조됐을 때는 이렇지 않았을 것이다. 센터에서 곰을 구조하면 전염병 등 건강 상태를 확인하면서 한 달의 검역기간을 거친다. 내부 공간에서 주변 곰들의 냄새와 소리에 익숙해지면 숲에 있는 외부 방사장으로 나갈 수 있다. 그곳에서 곰들은 나무에 오르고 둥지를 만들고 먹이를 찾는 법을 배운다.  곰들은 서너 살이면 성체가 되고 이 때는 어린 곰들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연령대에 따라 나뉜 공간에서 생존 수업을 받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마침내 야생에 나가게 되면 목에 추적기를 단다. 1년 후 저절로 닳아서 떨어지기 때문에 그동안 곰이 야생에서 잘 적응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말레이곰이 다는 추적장치


센터에 오게 된 말레이곰들의 이야기(왼쪽), 곰들에게 제공하는 풍부화 먹이 및 물건들(오른쪽)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으면 했다. 여전히 한국에는 몸속의 작은 쓸개 하나 때문에 작은 철장 안에 몸을 결박당한 채 하루하루 죽을 날을 기다리는 반달가슴곰들이 500여 마리나 있다. 과거 곰 사육을 장려했던 정부, 멸종위기종 거래 금지법, 책임지지 않으려는 현 정부의 미로에 갇혀 있다.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향상된 지금 시대에도 모든 것이 드러나지는 않기에, 그들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그러다 이따금씩 곰이 탈출하면 상기되곤 한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스무 건이 넘는다. 대형동물이 이렇게 탈출을 해도 하나의 소동으로 끝나고 잊힌다니 이상한 세상이다. '아이고 또 곰이 탈출했네.' -끝. 이라니.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184053_34936.html


다행히 국내 몇몇 동물보호단체가 꾸준히 문제 제기를 했다. 그리고 특히  문제에 관심이 많던 이들이 모여 '곰보금자리 프로젝트’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갇혀있던 곰들이 남은 생을 편안히 보낼  있는 생추어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  하나다.


언뜻 스쳐 지나간 갇힌 곰들의 이야기가 마음을 간질일 것이다. 이런 작은 마음이 하나 둘 모이면 사람들로 인해 곰들이 받는 거대한 고통의 덩어리가 작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 결과로 만들어질 생추어리에서 곰들이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갈 날을 기다린다.




*곰보금자리 홈페이지

http://projectmoonbear.org/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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