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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Y Aug 20. 2021

From 미국 사막큰뿔양 To 한국 산양

미국 자이온 국립공원

 아치스와 브라이스 국립공원을 거쳐 자이온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강렬한 태양을 바라보며 운전하다 속이 메스꺼워 혼났다. 좋은 풍경도 몸이 안 좋으면 다 헛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붉고 거대한 바위 위를 걸으니 화성에 온 기분이었다. 해저였던 곳이 어떻게 이렇게 내 눈 앞에 있을 수가 있는지 지구과학 시간에 졸았던 것이 아쉬웠다. 그저 와-와-하며 자연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든 아치형 다리와 원형 극장을 둘러보았다. 자연의 거대함 앞에 인간은 한없이 작고 순간적인 존재임을 다시금 느꼈다. 그런데 왜 사람들 사이에 섞여 일상에 치여 살면 순식간에 잊는 걸까. 


아치스 국립공원
브라이스 국립공원 가는 길 

아치스 국립공원에서 암각화를 봤다. 1650년에서 1850년 사이에 북미 원주민 유트족들이 남긴 것으로, 유타주의 이름도 이 '유트'에서 왔다. 말을 탄 사람과 큰 뿔이 달린 양들 여러 마리가 있었다. 큰뿔양은 원주민의 신화 속에 등장하곤 했다. 


암각화. 당연히 만지면 안된다. 손에 있는 기름이 암각화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바위에 새겨진 전설로 남아있을 것 같던 큰뿔양은 자이온 국립공원 입구에서 만났다. 그들은 살아있었다. 세 마리가 멋진 뿔을 머리에 이고 환영인사를 나온 듯했다. 넬슨큰뿔양이라고도 불리는 사막큰뿔양이었다. 물이 부족한 사막에서 몇 달을 버티고, 가파른 바위 지형을 빠르게 오갈 수 있는 강인한 초식동물이다.  


입구에서 만난 사막큰뿔양. 큰뿔양의 아종 중 하나. 

자이온 국립공원은 1919년 유타주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오래전부터 사막큰뿔양, 매, 캘리포니아콘돌, 퓨마 등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머물고 있었다. 하지만 북미를 점령한 유럽인들은 원주민들과 달랐다. 그들이 오자 서식지 파괴로 많은 야생동물들이 죽었다. 특히 생명력이 강한 사막큰뿔양도 가축인 양에서 전파된 폐렴과 먹이 경쟁, 지나친 사냥으로 1960년대에는 70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았었다고 한다. 이 국립공원에서는 1953년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보전 계획에 따라, 자이온 국립공원은 1978년 네바다주에서 14마리를 들여왔다. 2018년에는 500여 마리로 늘었다. 수가 늘어남에 따라 영역이 확대되면 가축과 만나 질병에 걸릴 수 있다. 그래서 적절한 서식지를 골라 단계적으로 이동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밤에 야생동물 설명회에 갔다


사라졌던 사막큰뿔양이 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많은 노력이 있었다. 개인 자동차 출입을 제한하고 공원 내 무료 버스를 운영했다. 식당이나 상점 같은 시설도 국립공원 내로 들어오지 못했다. 물론 케이블카도 설치하지 않았다. 이런 규제 덕에 자이온 국립공원에 사는 야생동물들은 비교적 안전하게 살아남아 번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날로 늘어가는 방문객이 여전히 문제였다. 2016년 한 해 자이온 국립공원을 방문한 사람은 약 430만 명이었다. 2010년에 비해 60%가 증가한 것이다. 북적이는 사람들로 쓰레기가 넘치고 자연이 훼손됐다. 사람들의 안전과 만족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자이온 국립공원 내에서 운영하는 버스 


그곳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에게도 큰 문제였다. 같은 유타주에 위치한 캐년랜즈 국립공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방문객의 행동은 사막큰뿔양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 하이킹을 하는 사람을 만난 큰뿔양의 61%가 도망쳤고 차(17%)와 산악자전거(6%)가 그 뒤를 따랐다. 하이커들은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큰뿔양을 만나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번식철인 봄에는 암컷이, 발정기인 가을에는 수컷이 예민했다. 또한 큰뿔양들은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 결과 사용 가능한 서식지 면적이 줄어들었다. 


공원 측은 방문객 수를 줄이려고 예약제 등 여러 대안을 내놓았지만 그 후 방문자 통계를 보면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까지 크게 줄이지는 못했다. 그래도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잘 살아라~ 영원히~ 


공원을 나서며 큰뿔양을 또 만났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1급인 산양이 떠올랐다. 산양이 사는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느냐를 두고 40년간 엎치락뒤치락 중이다. 케이블카로 더 많은 사람이 온다고 해서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거라는 생각은 근시안적이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야생동물들을 품은 원래의 설악산 그대로 지킬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자이온 국립공원이 더 가치있는 이유는 아름다운 전경때문만이 아니다. 그곳을 떠났던 야생동물들을 다시 되돌리려는 노력과 그에 화답해 돌아온 사막큰뿔양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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