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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Y Oct 13. 2021

[주절주절] 미국의 인상

미국 여행 어떠셨나요?

 미국에 대한 인상을 말하자면, 처음부터 재수가 없었다. 캐나다 벤쿠버에서 미국으로 버스를 타고 넘어갔다. 국경 직원이 엄청 재수없게 굴었다. 마치 우리가 범죄자인 것처럼 말이다! 영어로 욕을 하고 싶었으나 총 맞을까봐 하지 못했다. 고양이 앞의 쥐처럼 쫄아있다가 끝나고 나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욕을 했다. 혹시나해서 14불이나 내고 신청해 둔 전자 비자는 비행기로 들어올 때만 소용이 있어서 육로이동 시 내는 비자 수수료 6달러를 또 냈다. 미국이 점점 더 싫어졌다.



씨애를


버스가 시애틀에 도착했을 때는 내리자마자 노숙자들이 많았다. 빈부격차의 끝판왕인 미국이구나 싶었다. 선입견을 가지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내 손은 가방을 꽉 부여잡았다. 가방이 무거워 라커룸을 찾았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서 먼 에어비앤비 숙소까지 가서 두고 다시 나왔다. 싼 값에 잡았지만 길에 버린 시간과 교통비를 감안하면 비싼 숙소나 다름없었다. 그리고....첫날부터 춥고 비가 왔다. 



뉴우욬


렌트카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둘이 있을 때는 잘 빌려서 타고 다녔는데 혼자서는 왜이리 무서운 것인가! 한달을 함께 여행했던 파트너가 떠나고 혼자 남은 나는 렌트카 사무실에 앉아 이래저래 불안해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제일 싸서 예약한 렌트카를 받으러 갔는데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그러던 중 한 손님이 와 욕을 바가지로 하고 갔다. 오 쓋! 나는 결국 직원들의 원망섞인 눈길을 받으며 렌트카를 취소했다. 그런데 환불이 안될까봐 심장이 벌렁벌렁했다. 평소 같으면 무시하고 말 일을....미국이라는 나라는 왜이렇게 나를 쫄게 만드냐 ㅋㅋ



옐로우스톤에 갈 때는 신호위반에 걸렸다. 감시카메라도 없고 길도 뻥 뚫려있어 무의식 중에 엑셀을 밟았다. 어느새 뒤에 경찰차가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라 갓길에 차를 세웠다. 그제서야 다른 차들이 내 뒤로 휙휙 지나가던 게 생각났다. 경찰이 차를 세우면 허락없이 차에서 내리거나 손을 주머니에 넣으면 안된다고 들어서 땡을 해줄 때까지 얼음이 되어 있었다. 내가 너무 얼어있었던지 경찰이 농담을 하고 하하 웃는데도 웃을 수가 없었다. 고이 90달러짜리 티켓을 받았다. 미국 친구가 말하길 미국인들은 오히려 기계를 안 믿는다고 한다. 그래서 경찰이 안보이는 데 숨어있다가 걸리면 짠-하고 나타난다고...90달러짜리 교훈이었다. 


하루는  혼자 지인 분의 차를 빌려 타고 동물원을 가야했다. 아침 미팅에 참석할 기회를 준다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어둠컴컴한 도로를 달렸다. 모두들 120km/h 달리는 사이 벌벌 떨면서...중간에 사고가  곳도 있어 막히기도 했지만  도착했다. 직원분을 만나 뺑뺑 돌며 입을 털다보니 두어시간 혼자 동물원을 돌아볼 시간이 생겼을 때는 보지도 못하고 벤치에 뻗어버렸다. 이럴 내가 아닌데 정말 뒤로 넘어가는  알았다. 돌아오는 길에는 휴대폰 밧데리가 나가서 네비없이 지인이 그려준 지도를 보고 집을 찾아가야 했다.  번이나 지나친 끝에 집을 찾았을 때는 눈물이 찔끔날뻔했다.  와중에 고추장까지 사서 한국 음식을 해드린 ...칭찬한다!



앤틸롭 캐뇬


한 달은 둘이 거의 캠핑으로 국립공원을 다니고 다른 한 달은 혼자 동물원을 도는데 디즈니월드 쯤에서 사단이 났다. 혼자 돌아다니다보니 브레이크가 없었던 것! 무릎 연골을 다 썼는지 걸을 수가 없을 정도로 아팠다. 개장할 때 들어가서 폐장할 때 나오고 먹는 건 아무거나 쑤셔넣고 다니니 몸이 남아나는가! 그래도 멈추진 않았다. 항상 여행은 다음에 또 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즐기려 하지만 디즈니랜드는 너무 컸다. 여긴 일주일 코스라고!



개장 시간에 맞춰가는 사람(나) 바보
끝날 때 나옴...어둠 속에 운전해 집에 가다 몇 번이나 길을 잃음...


물론 거기서 동물이 있는 부분만 본다지만 경쟁자가 너무 많았다. 나같은 디즈니랜드 초보는 명함도 못 내밀고 홀로 좀비처럼 걸어다녔다. 그래도 중간에 라이언킹 뮤지컬 보고 감동받아 울기까지하고 마지막에 본 쇼도 보면서 찡해하며 살아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디즈니 너무 얄밉다. 내가 꼭꼭 숨겨논 동심 찾아 어루만져주는 느낌...아무리 그 손길이 자본주의의 손길일지라도...나는 한낱 자본주의가 만든 환상에 홀려 놀아나는 노예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 와중에 국카스텐 공연 보러 갔다가 카지노에서 돈까지 딴 나...


이야기하다보니 나...미국 좋아하네

또 가고 싶다 디즈니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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