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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Y Oct 13. 2021

동물원에서 코끼리 찾지 마세요

미국 스미소니언 동물원, 영국 휩스네이드 동물원 등  

 동물원을 갈 때마다 그 지역의 겨울이 얼마나 추운지, 코끼리가 몇 마리 있는지, 내실은 어떤지, 더위를 피할 그늘과 수영장이 있는지 살펴보곤 한다. 코끼리는 따뜻한 기후에서 생활한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사회적 동물이며 계절 따라 먹이 따라 긴 거리를 이동한다. 야생 코끼리는 하루 18시간을 놀고, 먹이를 찾고, 물이나 진흙으로 목욕을 한다. 무리를 이루지 못하고 홀로 지내는 코끼리는 정형행동을 한다. 또한 내실이 춥고 좁고 딱딱한 바닥으로 되어 있으면 그 안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발이나 관절에 문제가 생긴다. 더위를 피할 곳이 없으면 쇼크로 죽기도 한다. 한 보도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인증된 동물원에서 코끼리 390마리가 사육 관련 부상이나 질병으로 죽었다. 


독일 하노버 동물원. 후에 뒤에서 코끼리를 불훅으로 찍어대는 영상이 찍혀 고발당했다 


환경을 본 후에는 사육사를 찾아본다. 코끼리와 같은 공간에 있는지 아니면 분리된 공간에 있는지, 그리고 허리춤이나 손에 불훅(Bullhook)이 있는지. 과거에는 사육사가 코끼리를 훈련할 때 바로 옆에 있었다. 그래서 코끼리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면 불훅으로 몸을 찔렀다. 불훅은 끝에 갈고리가 있어 코끼리에게 고통을 줬다. 두려운 코끼리들은 이를 피하려고 사육사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야 했다. 이런 무기가 있어 사육사들은 거대한 코끼리 옆에서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었지만 언제나 성공하진 못했다. 학대받은 코끼리들은 사육사들을 공격했다. 미국에서는 1987년부터 2015년 사이에 코끼리 사육사 18명이 죽고 135명이 다쳤다. 


독일 하겐베트 동물원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훈련법을 변화시키는 데 앞장섰다. 전통적인 훈련은 자유 접촉(Free contact), 새로운 훈련법은 보호 접촉(Protect contact)이라고 불렀다. 보호  접촉 시 필요한 것은 사육사와 코끼리 사이의 훈련 벽이다. 구멍 뚫린 벽을 사이에 두고 그 사이로 코끼리 몸의 일부를 내놓도록 훈련하는 방법이다. 발 소독뿐 아니라 코에 물을 넣었다 빼서 결핵 검사도 하고 귀에서 채혈도 가능하다. 보호 접촉은 먹이를 이용해 코끼리가 자발적으로 훈련에 참여하도록 하기 때문에 선택권은 동물에게 있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마취를 하지 않아도 되며 사육사가 안전하다. 


서울동물원도 자유 접촉 훈련을 했었다. 이를 보호 접촉으로 바꾸자는 논의를 시작했을 때,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야외 방사장과 내실에 훈련 벽도 설치해야 하고 동물 관리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는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이다. 당시 담당자들과 전문가들이 모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원래 시설을 조금 바꾼 상태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기둥과 기둥 사이에 쇠사슬을 달았다. 코끼리 코의 가동 범위를 좁혀 사육사를 잡을 수 없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그후로 계속해서 훈련을 진행하며 새로운 훈련 벽을 설치했다. 결국 코끼리가 발을 내밀어 차분하게 사육사의 관리를 받게 되었다. 예전에는 코끼리 발을 사슬에 묶고 바로 옆에서 진행했던 위험한 치료였다. 사육사 분들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국 스미소니언 동물원. 사육사와 코끼리 사이에는 항상 안전 장치가 있다.


미국의 스미소니언 동물원 등 여러 동물원들은 훈련법을 바꾸는 동시에 코끼리들이 사는 환경을 개선했다. 푹신한 흙을 깐 넓은 내실을 만들고 여러 가지 풍부화를 제공해 편히 쉬고 놀게 해 주었다. 무리를 지어주는 데도 신경 썼다. 


하지만 이런 해결책 만으로는 동물원에서 코끼리를 사육할 때 일어나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 결과 몇몇 동물원은 코끼리를 포기하기 시작했다. 동물보호단체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의 보고에 따르면 미국에만 이런 동물원이 27개에 달한다. 1991년 미국 새크라멘토 동물원은 부적절한 환경에 홀로 있던 아시아코끼리 윙키를 디트로이트 동물원으로 보냈다. 14년 후 디트로이트 동물원은 윙키, 그리고 함께 있던 완다까지 PAW(Performing Animal Welfare Society) 생추어리로 보냈다. 이미 1998년에 코끼리 전시관을 확장했지만 추운 겨울이 6개월이나 지속되는 디트로이트에서 코끼리들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는 동물 복지를 이유로 코끼리 전시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대표적 사례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다. 영국 에든버러 동물원은 1998년에 '코끼리를 가두어 놓으면 코끼리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로 더 이상 코끼리를 데리고 있지 않기로 결정했다. 런던 동물원은 2001년 코끼리 사육사가 코끼리의 공격을 받아 죽자 그곳에 있던 세 마리를 더 넓은 휩스네이드 야생공원으로 보냈다. 캐나다 토론토 동물원, 아르헨티나 멘도자 동물공원의 코끼리들도 브라질에 있는 생추어리로 갔다. 요즘은 앞서 언급한 미국의 PAW나 태국의 Elephant Nature Park처럼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코끼리만을 보살피는 생추어리들이 있어 보다 전문적이고 동물복지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영국 휩스네이드 야생공원 
 영국 휩스네이드 야생공원 내실 흙이 두껍게 깔려 있다 
영국 휩스네이드 야생공원. 코끼리 공격으로 죽은 사육사를 기리는 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반면 여전히 코끼리를 놓지 못하는 동물원도 있다. 달라스 동물원에는 아프리카코끼리가 많았다. 설명회에서 들어보니, 그중 몇 마리는 아프리카의 에스와티니에서 죽을 위기에 처한 코끼리들을 구해온 것이라 했다. 해당 지역에 야생 코끼리가 너무 많아서 숲을 파괴하는 바람에 코뿔소 등 다른 야생동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살될 위기라면서 말이다. 헨리둘리 동물원과 세지윅 카운티 동물원 등도 그런 이유로 코끼리들을 데리고 왔다. 동물보호단체는 과도한 개입이라며 야생에서 코끼리들을 데려와 동물원에 가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그 동물원들보다 더 나은 환경의 코끼리 생추어리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코끼리들은 동물원에서 살게 되었다. 


댈러스 동물원 


또한 안타깝게도, 일부 동물원들은 자유 접촉 훈련 방법을 고수한다.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는 아주 특정한 상황을 제외하고 사육사가 코끼리와 같은 공간에 있으면 안 된다는 규정을 정해놨다. 포스워스 동물원은 협회의 인증을 받았지만 수컷만 훈련 벽을 사이에 두고 훈련하고 암컷과 새끼는 자유 접촉 훈련을 계속했다. 결국 2015년에 한 사육사가 새끼 코끼리에게 공격을 받아 다쳤고 동물원은 고용인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벌금 12,500달러를 냈다.  이는 동물과 사육사가 감당해야 할 스트레스와 위험에 비해 너무 적은 금액이며 벌금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동물원은 모든 동물과 사육사의 안전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다는 이유로 변하지 않는다면 동물과 사람 모두의 희생이 따를 것이다. 


코끼리는 이런 동물원 변화의 중심이다. 동물원의 동물 종과 개체수는 예전보다 줄어들고 있다. 이는 야생동물과 서식지 자체가 줄었고, 예전처럼 야생에서 동물을 데리고 오기 어려워졌으며, 동물원이 모든 종의 전문가가 아니고, 동물원 환경이 부적합한 결과다. 동물원 스스로도 높아진 동물 복지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종을 늘리기보다는 줄이는 추세다. 예전에는 많은 동물을 보유하는 것이 동물원의 자랑이었지만 요즘 사람들은 동물원이 수준 높은 전시와 교육을 하는지, 멸종위기종 보전을 위해 노력하는지, 동물의 복지를 고려하는지에 주목한다. 그래서 현대의 동물원들은 시대에 맞춰 환경을 개선하는 데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이것이 불가능하면 해당 종을 전시하지 않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디트로이트 동물원 원장이었던 론 케이건은 한 인터뷰에서 '코끼리들을 더 빨리 옮겼어야 했다.'라고 말했다. 코끼리를 동물원에서 보는 것이 당연했던 시대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봐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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