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부딛혀 배운 실전 지식에 대해
주변에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 정보를 병적으로 수집하는 부류들이 더러는 있습니다. 늘 정보 수집을 위해 수십권의 잡지를 읽고, 일년에 백권을 읽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컨설턴트의 조언을 받고, 잠을 줄이고 목표를 관리하죠. 먼저 알고, 또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긴 하겠지만 그런데 과연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훌륭한 결과물을 내는 건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이런 아이디어는 예를들면 스포츠에서 많이 비유되고는 하는데 야구 통계를 외우고, 역사를 줄줄 외는 사람이 야구를 잘 하느냐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또는 스포츠는 너무 기술적인 영역이라 비약이 있을 수 있으니 예술적인 영역으로 논의를 넓혀 본다면 이 또한 사진작가들이 과연 사진기의 광학 기술이나 모니터 해상도, 현대사진의 역사를 꿰뚫고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기는 합니다. 이런 생각은 곧 정보와 지식이 기술과 창작의 수준과 무관하다고 하고 싶게 만들죠.
헌데 또 약간은 르네상스적인 사람들의 궤적을 살펴보면 다릅니다. 가령 박찬욱 감독의 경우 카메라를 전문가의 영역에서 다룰 줄 알고, 실제로 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항상 보면서 영감을 받거든요. 쿠엔틴 타란티노나 봉준호 같은 감독들은 영화 비평에서 출발했는데 시나리오는 물론 디렉터로서의 역량도 출중하죠. 아예 반대의 케이스도 있어요. 전에 인터뷰에서 보니 김기덕 감독의 경우에는 아카데믹한 방식으로 영화를 공부한 적도 없고, 아예 본인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 얘길 하더라고요.
그래서 결론은 독자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만드는 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하루 하루 가볍게 소비되는 -휘발성이 높고 깊이가 없는- 연성 컨텐츠보다는 자신에게 감동과 울림을 주는 것들을 접해야한다는 거에요. 그리고 그 트렌트 서칭 또한 오랜 기간 누적적으로 관리해야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이 두 가지가 잘 맞게 발달되어 있어야 현업에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거나, 기존의 것을 평가할 때에 그 능력이 빛을 발하죠.
오늘 당장 #아모레퍼시픽 과 #버질아블로 와의 협업 뉴스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수년동안 그가 #루이뷔통 디렉터가 되고 #더텐 시리즈를 기획하고, 가끔 이케아와 같은 매스 브랜드와도 작업을 하고, 에비앙같은 식품과도 협업을 해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었다면 앞으로도 그가 그 어떤 다른 브랜드와 협업을 해나갈지에 대한 방향을 유추하는 데에 도움이 되죠. 그런 것을 꿰고 있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느낌으로 인지하는게 큰 도움이 됩니다. 여기에만 너무 의존하면 결국 카피캣을 만드는 것이 되지만 초보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이러한 레퍼런스가 큰 참고가 되거든요. 이런 참조를 통한 창조가 반복되면 일정 수준에서 비로소 과거 자신의 경험과 재능, 취향을 통해 (정보에 대한 파악 없이) 온전히 자신의 것을 만들게 되고, 그게 트렌드로 이어지는 수순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