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유산, 김치

발효를 닮은 삶, 계절을 절이는 지혜

by 쌍둥맘

한국인의 식탁에서 김치는 빠질 수 없습니다.

때로는 밥보다 먼저 손이 가기도 하고, 때로는 밥 없이 다른 음식과 어울려서 충분한 한 끼가 되기도 합니다.

김치는 더 이상 단순한 반찬이 아닙니다.

김치는 한국인의 정서와 철학, 그리고 삶의 방식이 담긴 문화유산입니다.


| 김치란 무엇인가요? |


김치는 배추나 무 등의 채소를 소금에 절인 뒤, 고춧가루, 마늘, 생강, 젓갈 등으로 양념하여 발효시킨 음식입니다.

‘발효’라는 과정이 김치를 더욱더 특별하게 만듭니다.


발효란 음식 속의 미생물이 자연적으로 작용해 맛과 영양이 깊어지는 과정입니다.

발효과정에서 생긴 김치의 주요 유산균은 류코노스톡 속, 웨이셀라 속, 락토바실러스 속 등인데, 이 유산균들은 장 건강과 면역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김치의 기원과 진화 |


김치의 역사는 놀라울 만큼 오래되었습니다.

<삼국사기> 에도 발효음식에 관한 기록이 남아있고, 충청북도 보은의 법주사에 있는 대형 돌항아리는 삼국시대에 채소를 절여 저장했던 용도로 추정된다고 하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발효음식을 만들어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소금에 절인 채소 형태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마늘, 생강, 젓갈, 고춧가루 등이 더해졌고

지금의 매콤하고 복합적인 풍미를 갖춘 김치로 발전하게 되었지요.


특히 1600년대 기록에서 고추가 음식재료로 사용되었다고 하니까, 그때부터 붉은 김치가 본격적으로 등장을 했을 것이고, 1,800년대 전후 배추의 품종이 개량되어 현재 우리가 즐겨 먹는 배추김치의 형태로 발전되었습니다.


오늘날의 김치는 너무나도 다양합니다.

계절마다, 지역마다, 심지어 가정마다 맛이 다 다르죠.

서울, 경기도 김치는 맛이 담백하고 원재료의 맛을 살리는 것이 특징이고, 전라도 김치는 해산물과 다양한 채소를 사용해서 풍성한 맛이 특징입니다.

충청도 김치는 담백한 맛이 특징이며, 경상도 김치는 맵고 짠 편입니다.

그리고, 강원도식은 시원하고 소박한 맛이 특징입니다.


| 왜 김치가 한국의 유산인가요? |


1. 계절과 자연을 담은 음식

김치는 단지 음식을 보존하기 위한 방식이 아니라, 계절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지혜였습니다.

봄에는 돌나물김치나 봄갓김치, 여름에는 열무김치와 오이소박이, 가을엔 총각김치와 통배추김치, 겨울엔 김장김치와 동치미 등 계절마다 맛도 재료도 달라지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음식으로 만든 것입니다.

2. 공동체와 연결된 문화

김장은 한국의 중요한 문화 행사였습니다.

온 가족, 이웃이 함께 모여 배추를 절이고 양념을 나누는 ‘함께하는 노동’이 곧 축제였죠.

유네스코는 2013년 ‘김장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하며, 공동체성과 나눔의 가치를 인정했습니다.


3. 발효의 과학, 건강의 보고

김치에는 비타민 A, C,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유산균이 장 내 환경을 개선해 줍니다.

면역력 강화, 항산화 효과, 다이어트 식단 등에서도 김치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럽·미국에서도 김치를 슈퍼푸드로 소개하고 있지요.


| 세계가 주목하는 김치 |


김치는 2006년 <헬스>지에서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이 되었고, 코로나19 이후에는 면역력과 장 건강을 중시하는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김치유산균은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더 이상 뉴욕, 런던, 파리의 식료품점이나 레스토랑에서 ‘KIMCHI’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게 되었고,

비건 김치, 퓨전 김치요리, 김치버거, 김치타코 등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치가 단순히 트렌드로만 소비되길 바라진 않습니다.

김치는 단순히 맵고 짠 ‘이국적인 맛’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이야기이며, 땅과 계절을 잇는 음식이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문화입니다.


| 그래서, 김치를 이해한다는 건... |


김치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지 레시피를 아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 담긴 삶의 방식, 자연과 공존하는 태도, 사람과 연결된 정서를 느끼는 일입니다.

그리고 김치를 알게 되면, 우리의 식탁이 더 넓어지고,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눈도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김치는 발효된 채소가 아니라, 시간이 익은 지혜이며, 나눔이 쌓인 문화입니다.

지금, 김치를 한 입 베어 물며,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겨야 할지를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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