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8
2025년 7월 8일 새벽 3시, 출산 전 와이프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꾹꾹 눌러 담기 위해 전 날 우리 집에 오신 어머님. 그리고 와이프와 처제가 있는 방에서 들리는 예기치 않은 웅성거림에 잠을 깼다. 거실 소파에서 느긋한 쪽잠을 자던 나는 황급히 불을 켰고, 안방의 웅성거림은 이내 와이프의 주기적인 고통의 신음으로 바뀌어있었다. 고통을 잘 참던 와이프지만, 그런 와이프에게도 레몬이가 세상을 향해 두드리는 뱃속 노크는 생각보다 큰 것이었다. 병원에 도착하고 입원 수속을 밟았지만 담당 원장님이 출근하시기 전까지는 3시간이나 남아있었다. 입원 대기실에서 잠시 눈을 붙이던 우리는 그 사이 레몬이가 태어날 찰나의 순간을 떠올렸고, 바로 수술실로 들어가겠다는 담당 원장님의 호출에 급히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와이프는 수술실로, 나는 대기실로 이동하였다.
1시간 같던 15분이 지나고, 레몬이가 세상을 향한 첫울음을 디뎠다. 유전자의 힘인지, 사랑의 힘인지 모를 무엇이 여느 아기의 울음소리와 다름없을 레몬이의 울음소리를 구별시켜 주었으므로, 나는 단번에 그 울음이 우리 아기의 울음이라는 것을 알았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라 아빠가 탯줄을 자르는 등의 감격적인 순간은 없었지만, 복도에 나온 그 조그마한 아기의 미세한 움직임으로도 아빠인 내가 감당할 이상의 벅참을 선물해 주었다. 잠시 뒤, 와이프의 수술도 끝났고 그 후 담당 원장님이 조금은 힘겹지만, 행복한 웃음으로 모든 수술 일정이 무사히 끝났음을 말씀해 주셨다. 설렘과 벅참이 가득했지만 조금은 무거웠던 돌이 이내 바닥으로 조용히 쿵 하고 떨어졌다. 회복실에 혼미한 정신으로 누워 있는 와이프를 보니 왈칵 눈물이 났다. 그 눈물이 열 달의 고생에 대한 안쓰러움인지, 건강한 출산에 대한 감동인지는 모르지만,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고개를 들어 와이프를 보면 코끝이 찡하다. 그렇게 3시간이 지났고, 우리는 입원실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은 입원 이틀차이다. 산모의 회복이 우선되어야 아기를 볼 수 있다는 신생아실의 원칙을 듣고 온 와이프는 성치 않은 몸으로 새벽부터 낑낑거리며 다리를 드는 운동을 열심히 했다. 아침을 먹은 후에는 병원을 한 바퀴 돌고 오자며 오히려 게을러진 보호자를 챙겨가며 회복에 열을 올렸다. 실상은 인자강이라 자랑하던 남편보다 아기를 낳은, 이제 엄마가 된 아내의 힘이 더 센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내의 이런 회복력과 정신력 덕분에 우리는 신생아실에 가서 레몬이의 인생 2일 차를 볼 수 있었다. 어제도 작았지만, 오늘은 더 작아진 모습이다. 저 조그마한 생명체가 어떻게 이런 벅참과 울림을 주는지 싶어 한참을 바라보고 있어도 아이의 대답은 배시시 한 웃음뿐이다. 우문현답이다. 오히려 너무 낯설어 그 벅참을 온전히 느낄 수 없던 어제와 지금 이 순간의 감동은 그 결이 다르다. 내일의 레몬이가 줄 벅찬 순간이 또 다를 테고 그런 순간이 쌓여 레몬이가 줄 감동들에 금세 익숙해지겠지만 오늘 레몬이가 지어준 첫 웃음은 아빠에게 평생토록 기억될 행복한 낯섬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