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기억에 남는 것들은

by 영복

쉬는 시간에 여자 아이들 셋이 우르르 교실 앞으로 나온다. 무슨 할 말이 있는지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의 시선을 기다린다. 못 이기는 척,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자 그제서야 자기들의 주말을 조잘조잘 이야기한다. 담임교사인 내가 내준 재능 기부 숙제로 자기네들끼리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러 가는데, 너무 설레고 기대된단다. 아이들의 행복해하는 표정에 문득 나의 초등학교 시절을 포개어본다.


어릴 적,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첫 발령을 받았던 선생님의 가르침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은 국어, 수학같은 교과목이 아니라, 담임선생님이 우리에게 선물한 주말의 시간들이다. 롤러스케이트장에서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워주던 따뜻한 손길, 함께 웃고 땀 흘리던 선생님과의 시간들은 그 시절의 나를 제법 행복한 사람으로, 초등학교 시절을 기억하고 싶은 추억으로 만들어준다.


이제 내리 사랑을 받는 사람이 아닌 주는 사람의 입장이 된 나는 얼마 전, 우리 반 아이들과 독립서점에 다녀왔다. 그곳엔 책뿐만 아니라 작가와의 만남, 글쓰기 체험, 손글씨 엽서 만들기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었고, 아이들은 교실 밖의 세상 속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표현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눈을 반짝이며 새로운 경험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다시 나의 어린 시절을 비춰보니, 내 모습 뒤에 흐릿한 모습으로 흐뭇해하는 그 시절의 담임선생님의 마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분이 하려던 것이 아마 이런 가르침일것이다. 초등학생 시절은 모든 것이 처음이고,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특별한 순간을 더 가치있게 하는 것은 국어, 수학보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따뜻한 경험들이다. 앞으로도 매순간 우리 반 아이들이 나와 함께 보내는 평범한 날들이 누군가에겐 특별한 순간들이 되어가길 바라고, 또 그러한 순간들이 각자의 마음을 단단히 지켜주는 빛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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