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에 런닝 한 스푼

by 영복

오후 5시, 시도 때도 없이 잠드는 딸의 얼굴을 살짝 들여다보고 조심스럽게 런닝화 끈을 묶는다. 인스타그램만 봐도 너도 나도 런닝에 매진한 시대이다. 기록을 전시하고 과시하는 풍토의 옳고 그름, 패션 런닝 등의 문제를 떠나 꾸준히 해왔던 나만의 운동은 항상 옳다는 마음으로 현관을 나선다.


달릴 때마다 나를 자극하는건 더 빨리, 더 멀리 뛸 수 있겠다는 과한 욕심이었다. 심박수가 180을 넘나들며 가슴이 터질 듯 뛰어도 기록만 좋으면 그저 잘 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결과 여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하였지만, 이런 런닝은 항상 고통과 보상의 반복이었다. 결국 길게 가지 않았다.


하지만 문득 빠른 속도보다는, 긴 거리에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러 방법들을 검색해보니, 결국 핵심은 심박수였다. 자신을 자극하지 않고, 낮은 심박수를 유지하는 방법이 오래 뛰는 방법이었떤 것이다. 이 방법을 바로 적용해보기로 하였다. 심박수가 급격하게 떨어지지는 않아 평소보다 10을 낮추는 정도로 목표를 설정하였다. 고작 10 정도의 심박수를 낮추는 것이었지만 뛰는 것이 이렇게 편한 줄 몰랐다. 숨이 덜 찼고, 이 컨디션이라면 평생도 뛸 수 있을 것 같은 담보 없는 여유가 생겼다. 그러면서 주변 풍경을 보고, 생각을 정리하고, 때로는 새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진짜 런닝이 이런 것이구나 느꼈다.


이 변화를 지켜보며 문득 깨달았다. 육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이가 태어난 지 65일, 나는 여전히 서투른 아빠다. 밤중에 우는 딸을 달래려고 조급해하고, 기저귀를 갈아주다가 또 실수를 하면 스스로에게 화를 낸다. 빨리 익숙해지고 싶고, 빨리 좋은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에 심박수가 오르듯 달린다. 하지만 진짜 멀리 가려면 천천히 가야 한다는 것, 육아도 결국은 마라톤이라는 걸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딸이 밤에 깰 때도 예전처럼 '빨리 재워야 해'라고 조급해하지 않고 천천히 품에 안고 기다린다. 심박수를 낮추듯 마음의 속도를 늦추니 아이도 더 편해하는 듯 보인다. 기저귀를 갈 때도 서두르지 않고 딸의 손가락 사이에 묻은 먼지를 빤히 바라보며 아이의 시간을 기다린다.


런닝에서 심박수를 낮추는 훈련이 결국 더 오래, 더 멀리 뛸 수 있는 나의 확신을 만들어주듯이, 육아에서도 마음의 심박수를 낮추는 연습이 더 오래,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체력을 만들어준다. 빨리 완벽해지려 하지 않고, 천천히 꾸준히 성장하는 아빠가 되려한다. 딸이 자라는 속도를 앞지르지 않으면서도 느리지만 좋은 아빠를 향해 가고 있다고 믿는다.


런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땀에 젖은 얼굴로 딸을 안아주며 생각한다. 오늘도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좋은 아빠가 되는 연습을 해보자고. 결국 육아는 심박수를 낮추는 일이기 때문이다.


육아도 런닝도 결국 같은 이치다. 천천히 오래, 그리고 꾸준히. 그것이 진짜 멀리 가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