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육아 해방

by 영복

당진의 어머님 댁에 아내와 딸아이를 내려주고 돌아서는 길. 차 문을 닫는 순간, 평소와는 다른 정적이 운전석을 감쌌다. 뒷좌석에서 들리던 아이의 울음도, 조심조심 운전하라는 아내의 목소리도 없다. 내비게이션에 '집'을 찍고 홀로 고속도로를 지나는 일은, 그토록 원했던 '완벽한 자유'의 시작이었다.


집에 도착해 현관문을 열었을 때, 가장 먼저 나를 반긴 것은 낯선 고요함이었다. 평소라면 아이가 깰까 봐 까치발을 들고 숨죽여 들어왔을 텐데, 이제는 문 닫는 소리를 크게 내도, 불을 환하게 켜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거실 쇼파에 누워 멍하니 티비를 본다. 처음 한두 시간은 축제 같았다. 아이의 수면 스케줄에 맞추느라 포기했던 개인 일상을 눈치보지 않고 했으며, 볼륨을 크게 높여 유튜브를 틀었다. 아내 눈치 보지 않고 핸드폰 게임을 하거나 밀린 잠을 자는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쌓였던 피로가 이 고요함 속에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하지만 그 '축제'는 오래가지 않았다. 식탁 옆에 덩그러니 놓인 젖병 건조대, 거실 구석의 아기 체육관, 그리고 아내가 외출 전 정리해두고 간 아기 용품들. 집안 곳곳에 남겨진 가족의 흔적들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혼자 먹는 저녁 식사는 생각보다 맛이 없었고, 텅 빈 침대 옆자리는 유난히 넓게 느껴졌다. 170일 동안 내 팔에 안겨 있던 딸아이의 묵직한 온기가 그리워져 괜히 빈 유모차를 한 번 만져보게 된다.


당진으로 내려갈 때는 "3일 동안 제대로 쉬고 오라"며 호기롭게 손을 흔들었지만, 막상 혼자 남겨지니 내 삶의 소음이 사실은 가장 아름다운 배경음악이었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의 울음소리와 아내의 분주한 발소리가 사라진 집은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니라 그저 ‘자유로운 빈 공간'일 뿐이었다.


이제 겨우 하룻밤이 지났을 뿐인데, 나는 벌써 당진에서 들려올 "우리 이제 올라가"라는 전화를 기다린다. 자유가 주는 해방감보다 사랑하는 이들의 빈자리가 주는 외로움이 더 크다는 것, 그것이 초보 아빠이자 남편인 내가 이번 '첫 휴가'를 통해 배우는 가장 큰 수업이었다.

이전 15화기다림이 주는 가르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