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온도도 곧 따뜻해진다.

by 영복

월요일 아침 알람이 울린다. 다음 리그로의 승급 성공의 메시지가 스마트폰 화면에 떠있다. 영단어 학습 어플인 '말해보카'의 리그전은 그렇게 시작된다. 월요일 하루 만에 수천 점을 단숨에 올리며 저만치 앞서 나가는 경쟁자들의 화려한 점수판을 보고 있노라면, 이제 저녁에 앱을 겨우 켜서 꾸역꾸역 하루치 목표량만 겨우 채우는 나의 걸음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마치 모두가 페라리를 타고 질주하는 고속도로 위에서, 홀로 낡은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는 기분이랄까.

처음 이 앱을 시작했을 때, 나는 의욕에 불타올라 엄청난 양의 단어를 외웠었다. 하지만 그 뜨거운 열정은 이틀을 넘기지 못했다. 폭죽처럼 화려하게 터졌던 의지는 금세 사그라들었고, 남은 것은 지독한 피로감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전략을 바꿨다. '전력 질주'가 아닌 '매일의 산책'을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하루 딱 20분. 더 하고 싶어도 멈추고, 하기 싫어도 억지로 켜는 그 미지근한 루틴을 지키는 것.

월요일과 화요일, 나는 여전히 순위표의 바닥을 긴다. 하지만 수요일이 지나고 목요일이 되면 그라운드가 살며시 요동을 친다. 상위권 경쟁자들의 점수가 하나둘씩 멈춰 서기 시작한다. 그들은 지쳤거나, 흥미를 잃었거나, 혹은 바쁜 일상에 치여 잠시 손을 놓았을 것이다. 그 멈춰버린 등 뒤로, 나는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멈추지 않는 걸음을 옮긴다. 일요일 밤이 되면 순위표는 거짓말처럼 뒤집혀 있다. 나는 어느새 '승급 존'에 안착해 다음 리그로 올라갈 채비를 마친다. 내가 특별히 더 많이 공부해서가 아니다. 단지 남들이 멈춘 그 시간에, 내가 멈추지 않았을 뿐이다. 초반의 그 압도적이던 점수 차를 뒤집은 건, 폭발적인 속도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쌓아 올린 지루한 시간들이었다.

우리는 보통 성공이 '끓는점'에서 온다고 믿는다. 100도씨를 넘겨 펄펄 끓어오르는 열정, 세상을 놀라게 할 화려한 한 방. 하지만 요즘 나는 성취란 뜨거움의 크기가 아니라, 식지 않는 온기의 지속성에서 온다는 것을 깨닫는다. 뜨겁게 타오르는 불꽃은 금방 재를 남기지만, 은은하게 데워진 온돌은 밤새 방안을 훈훈하게 채운다. 화면 속, 다음 리그로 승급했다는 알림이 또다시 뜬다. 나는 생각한다. 꾸준함이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하기 싫은 마음을 달래며 딱 한 단어만 더 보자고 나를 설득하는, 그 구차하고 소소한 순간들이 모여 만든 결과물이라고. 남들이 멈춰 선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 더 내디디는 그 고요한 끈기야말로, 나를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주는 유일한 날개일지도 모른다.

다음 주가 되면 나는 또다시 새로운 리그의 바닥에서 시작할 것이다. 다시금 붉은색 강등 경고가 뜨고, 누군가는 나를 앞질러 달려갈 것이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으려 한다. 미지근하지만 결코 식지 않는 이 잔잔한 걸음이, 결국에는 가장 멀리 닿을 것임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스마트폰을 켜서 영어 공부 앱을 연다. 화려하지 않은 내 하루의 기록이, 고요히 그러나 단단하게 쌓여간다.

이전 13화공간과 행복의 반비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