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송송

-쪼가리소설. 휴 콩트-

by 김휴

허허송송

-쪼가리소설. 휴 콩트-


중대원들이 연병장에 집결을 했다.

대대장은 잡아먹을 듯한 표정으로 나타났고

방금 휴가에 복귀한 허일병도 제일 앞줄에 부동자세로 서있다.

내무반 위생검열에서 2중대가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고

그에 따른 기합을 받을 예정이었다.

대대장이 대열 앞에 섰다.

갑자기 대대장이 앞으로 나서며


“어이 너!”

허일병을 향해 지휘봉을 찔렀다.


“얍! 일병 허송세!”


“너 명찰이 왜 그렇게 커? 허송세월?

네 이름이 허송세월이야?"


허일병은 그때서야 제 가슴에 달린 “허송세월”이라는 명찰이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너 이름이 허송세월이냐고?”


대대장은 고함을 지른다. 중대장을 노려보며


“이놈 이름이 허송세월이야?”


“아닙니다. 허송세입니다.”


허송세는 무슨 시위를 하듯, 그리고 독립운동하는 기분으로

허송세월이라고 큼직한 명찰을 파서 옷에 달았단다.

그리고 당당히 휴가에서 돌아왔다.

왜 이름에 “월”을 보탰는지

제삼자들은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었던 행위였다.

중대원들은 웃음을 참느라 어쩌지 못하고

입술 깨물고 있던 중대장 “시정 조치하겠습니다!"

대대장에게 보고를 하면서도 속으로 웃음을 삼키느라 목덜미가 빨갛다.


“지금 당장 2중대는 완전군장을 하고 연병장 이십 바퀴를 돈다. 알겠나?

그리고 허송세 일병은 혼자서 이십 바퀴 더 돈다. 실시!”


이십 바퀴를 돌고 나니 해가 떨어졌다.

중대원들은 투덜대며 군장을 풀고 늦은 저녁밥을 먹으러 가면서

구호가 아닌 신음소리를 토해내며 연병장을 돌고 있는 허일병을 바라보며

연신 키득댄다.


달빛은 허송세월 때문에 더 추워 보인다.

허송세월이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을 곱빼기로 돌고 있다.


“시팔, 이게 허송세월이 아니면 뭐가 허송세월인데?”


허일병은 아직도 허송세월을 주장하고 있어서

허송세와 달밤은 정말 억울하다.

하지만 허송세월은 혀를 길게 빼고 홱홱 대며 달밤을 돌고 있다.


허~송~세~월

허~송~세~월


깡다구로 구호를 외친다.

먼산 소쩍새도 울어대고


글. 김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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