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이별

-쪼가리소설, 휴 콩트-

by 김휴

벚꽃 이별

-쪼가리소설, 휴 콩트-


오늘도 할머니 두 분이 보행기에 앉아

수런수런 봄바람보다 더 정겹게 이야기 나누고 있다

이 두 사람, 만남의 시간은 거의 10시부터 시작된다.


수향은 제삼자 혹은 방관자로 이 두 사람을 거의 매일 보게 된다.

어떤 날은 한참을 바라보게 되는,

시간적으로 두 사람의 만남이 늦어지면 궁금해지는 풍경이기도 하다.

사무실 창에서 내려다 보이는 참 고요하면서도 애잔한 풍경이기 때문이다.

한 번도 그들 가까이 가 본적은 없다. 물론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도 알 수 없다.

그냥 다정한 풍경, 자신에게 의지가 되는 풍경 뭐 그런 거였다.

두 할머니의 마무리는 보행기를 밀고 저 위쪽 편의점 앞까지 갔다 오는 일이다.

이 길은 사람의 통행이 별로없는 비교적 한산한 길이다.

그 짧은 길이 서너 번 쉬어가야 할 만큼 두 할머니에게는 힘든 운동 길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며칠 동안 한 할머니만 나와 앉아 있다.

혼자 슬쓸히 앉아있다가 시간이 되면 홀로 보행기에 의지해 운동을 하는 것을 바라보아야 했다.

수향이 그 동안 보아온 풍경은 이런 쓸쓸한 풍경은 아닌데,

도대체 왜 한 할머니는 보이지 않는 것일까?

그녀의 궁금증은 여러갈래 상상으로 이어지면서 결국 일과를 핑계로 그곳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곳은 수향이 근무하는 은행 정원 옆 공간이다. 이곳이 예전 출입구였는데 폐쇄되었고

제법 넓은 공간에 큼직한 화분을 군데 군데 갖다 놓았다.

지금 아름들이 벚나무 두 그루가 화사하게 꽃 잔치를 벌이고 있다.


수향은 꽃구경 겸해서 일부러 그 할머니 쪽으로 돌아갔다.

할머니는 수향을 무심하게 쳐다본다.

수향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한다.


“혼자 나와 계시네요. 친구분은 안 나오셨어요?”


“이 할망구가 며칠째 안 나오네요.

집에 뭔 일이 있는지"


"친구 집도 모르세요?"


"한번 듣긴 했는데 기억이 안 나요. 시골 딸집에 갔나?"


할머니는 자기도 친구의 안부가 궁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앉아있는 뒷쪽 벚나무에


누가 하얀 종이를 청테이프로 붙여놓았다.


/할머니! 울 어머니 돌아가셨어요.

엄마가 할머니를 많이 보고 싶어 했어요. 많이 기다리실거라며.

이제 기다리지 마세요. 그리고 건강하세요.

제가 직장 때문에 할머니를 뵐 수가 없어서

이렇게 편지를 남깁니다/


할머니가 기다리는 것을 보면 이 편지를 읽지 않은 건 확실했다.

차라리 이 편지를 보지 않았으면 했다.

수향은 얼른 그 편지를 떼어내 호주머니에 구겨넣었다.


벚꽃은 눈처럼 날리고 할머니는 벚꽃 비를 맞고 앉아있다.


할머니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수향은 아무 일 없다는듯 갈 길을 간다.

노인은 무심히 수향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기다림은 힘들지만

작은 희망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으로


수향은 초라한 이별통지서를 훔쳐 달아났다.


-글. 김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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