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봄, 못을 박다

-쪼가리소설, 휴 콩트-

by 김휴

그 봄, 못을 박다

-쪼가리소설, 휴 콩트-



오늘도 종일 쿵쿵거린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사람 미치게 만든다.

망치질하는 소리가 밤낮 구분 없이 들려온다. 일주일 내내 저러니 사람이 살 수가 없다.

이젠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머리를 들쑤셔 놓는다.

쿵쿵 소음을 반찬으로 또 한 끼를 떼운다. TV도 쿵쿵 때문에 짜증을 내는듯

냉장고는 상대적으로 조용해졌다. 모든게 변질된 채 그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찾아가 경고장을 날리려 했다가도 층간소음 때문에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이

심심찮게 뉴스에 등장하는 통에 망설여지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큰 결심을 하듯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문 앞에서 벨을 누르려고 몇 번을 시도하다 젠장 아무래도 관리사무실로 가야겠다.

아래층 쿵쿵대는 소리 때문에 살 수가 없다고 열을 있는 대로 낸다.


"죄송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층간소음에 유의해 주십사 하는

방송밖에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저희가 그 집에 찾아가 얘기를 할 수도 없고요.

다시 층간소음을 주의하도록 방송하겠습니다."


관리소장이 머리숙여 인사까지 한다.

분명 이럴 거라 생각했지만 속상한 마음을 안고 돌아나온다.

지랄같이 봄볕마저 따갑다.


참다 참다 결국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가지만 그 집 현관문 앞에서 또 결심이 쪼그라든다.

지루하게 고민을 한다. 벨을 누르려고 하면 심장이 먼저 쿵쿵댄다.

몇 번을 시도하려다 결국 돌아서고 만다.


그 순간 문이 열리면서 노인이 나온다. 깜짝 놀란 나는 엉급결에 인사를 하면서

최대한 부드럽게, 두 손을 모으고 쿵쿵대는 소리 때문에 못 살겠다고

억지웃음을 띄며 말을 건넨다.

그러자 대뜸 노인은 벽에 못 좀 박아 달라고 했다.

며칠째 박는데 도저히 안 된다며 부탁을 한다.


네~에 나는 바로 답을 하고 만다.

안으로 따라 들어간다. 오월 봄인데도 집은 서늘한 기운이 돈다.

넓직한 벽에 횅하니 아무 것도 없다.


혼자 사는 내 집도 이럴까?

저 벽에 박아달라며 건네는 망치는 너무 작고 못은 제법 크다.


벽의 저항이 거세다. 낑낑대다가 나는 포기를 하고는

곧장 집으로 올라가 연장통을 꺼내들고 노인네로 다시 내려간다.

이 힘든 일을 노인네가 하고 있었다니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일단 드릴로 어느 정도 구멍을 뚫고 그 구멍에 대못을 박는다.

그런데도 어렵게 못이 박혔다.


"튼튼하게 박혔습니다."

고맙다는 노인의 말은 쓸쓸해 보였다.


분명 고맙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았다. 말에 진심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세상이 조용해졌다. 갑자기 진공상태가 된 듯한 고요에 기분마저 이상하다.

갑자기 직장을 잃고 보니, 장가도 못갈 것 같아 불안해진 백수에게는

갑작스런 고요도 고문 같았고

제 발걸음 소리까지 들어야 해서 불쾌하기까지 했다.


죽을 것 같았던 망치질 소리가

그립다는 말인지 숨어있던 바퀴벌레가 웃을 일이다.


며칠 뒤, 친구가 하는 편의점에 알바 갔다가 돌아오는데

우리 라인에 사다리차가 버티고 있었고 누가 이사를 가나 했는데

하얀 천에 쌓인 관 하나가 내려오고 있었다.

눈을 씻고 다시 한 번 몇 층인지 확인한다. 분명 우리 집 아래층인 17층이다.

꼭 우리 베란다에서 관이 내려오는 듯한


이 슬픈 풍경은 뭐지?

미치겠다.


검정 비닐봉지 하나를 들고 서있는, 내 시간이 일순간 정지해 버렸다.

덩치 큰 사내가 담배를 빨아대며 관을 받을 준비를 하고

경찰차 빨간 불은 뱅뱅 돌아가고

나는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다.


경비아저씨가 왠 아주머니께 수근거린다.

노인네가 벽에 박힌 못에 목을 매달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혼자 살던 노인인데 연고자도 없는 모양이예요.

벌써 며칠 되었다네요. 아래층 사람이 신고했나 봐요.

그 이야기를 훔쳐 듣고 있던 나는 그날 그 시간에 갇힌 듯 깜깜해졌다.


왜? 왜?

하필 내가 박은 못이냐고?


키 큰 자목련이 봉오리를 총알처럼 장전하고 있었고

쿵쿵 누가 내 봄에 대못을 박고 있었다.


-글. 김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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