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은 낚싯바늘을 덜컥 무는 짓

-시와 에세이 경계에서-

by 김휴

생은 낚싯바늘을 덜컥 무는 짓

-시와 에세이 경계에서-


껍질에 싸인 듯한 이런 감정은 정말 싫다.

이 대목에서 껍질은

정작 드러내도 될 것들을 감추고 있다는 의미도 될 일이다.

감추고 있어야 할 것들은 이미 내 범위에는 없다.

그래서 껍질은 오해를 낳기 좋은 빌미가 된다는 것,


도대체 나를 어디까지 까발려야 하는 거지?


내가 보듬고 자던 시적상황들은

더 이상의 동거는 의미가 없다며 뛰쳐나가 버렸고

마침내 내 서정에 건조주의보가 내려지면서

이미 묘사는 뼈를 드러낸 채 울먹일 일이겠다.


이 시간, 나는 하나의 점처럼 찍혀있겠다.

부피도 무게도 없는 수학적 의미로 정의되었다면 큰일이다.


손톱으로 짓이겨도 슬퍼할 겨를이 없는 벌레는

치미는 분노가 정말 없었을까?

이런 질문을 하는 그대는 너무나 몰염치하다며

벌레가 어금니를 깨문다.


늘 그 자리에 서있는 나무처럼 평온함을 보여주려 하지만

내 주변은 눈을 맞추는 것들보다 검은 안경을 쓰고 있는 것들이 더 많다는 것,

이런 상태는 개똥철학으로도 이해시키기 힘들고

쓴웃음으로 넘어가기에는 너무 엿 같다.


죽어라 치고받고 하다가

이놈도 나고 저놈도 나란 사실에 까무러치면 어떨까?


컴퓨터 옆에 쌓아 올린 책의 높이,

날마다 위태로운 높이에서 일기를 쓰다 잠이 든다.


날아올 새는 없지만 막연히 기다리는 일도

스스로를 방어하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이 얼마 가지 않아

나의 무덤이 될 거라는 것을 쉽게 알아버린다.


하지만 후회할 겨를이 없다.

어제 썼던 일기가 이를 악문 채 나를 노려보고 있다는

이야기는 다큐다.


생은 낚싯바늘을 덜컥 무는 짓이라 한다면

이해가 되려는지.


글. 김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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