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물과 백두산이

-쪼가리소설. 휴 콩트-

by 김휴

동해 물과 백두산이

-쪼가리소설. 휴 콩트-


전철이 들어온다. 오늘따라 괴물이 쳐들어오는 것 같았다.

민수는 바람처럼 올라탄다. 하루 휴가를 냈지만

그냥 탁트인 공간에 대한 갈증해소를 위해 광화문 광장으로 가고 있다.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풀고 싶지만 묘수가 일어나지 않는다.


약간 늦은 시간이라 자리에 맞춘 듯 사람들이 옥수수 이빨처럼 박혀있다.

민수도 중간 쯤 자리에 박히며 레고를 맞추듯 이 칸의 모양새는 완성되었다.


늘 그렇듯, 공식대로 좌우를 둘러보고 앞을 응시한다.

그냥 궁금한 것도 없으면서 무의식이 시키는 짓이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핸드폰에 빠져있다.

그 순간 민수는 너무나 궁금했다.


다들 뭘 보는 거지?

힐끗 옆 아저씨 폰을 컨닝하다가 눈이 마주친다.

뭔가 훔치다 들킨듯 기분이 더럽다.


묘한 압박감에 핸드폰을 꺼내 읽을꺼리를 찾아보지만 딱히 당기는 게 없다.

그리고 조금만 들여다봐도 지랄같이 머리가 아프다.

다시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핀다.

혹시 자기처럼 멍하니 앉아있는 사람이 있는가 해서

하지만 한 사람도 없다. 노약석에 할머니만 조용히 앉아있다.


핸드폰에 빠져 헤어날 줄 모른다. 건너편 학생은 혼자 키득거리기까지 한다.

참 핸드폰이 사람을 무섭게 길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세상은 핸드폰이 점령해버린 동토의 땅이 되었구나. 국화빵처럼 틀에 맞춰 돌아가고 있어.


그 순간 번개처럼 머리에 꽂히는 생각!

갑자기 민수는 벌떡 일어나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그것도 괴성에 가깝게 악을 쓰며 애국가를 부른다.


일순간 사람들은 고개를 처들고 민수를 뚫어지라 쳐다본다.

그 짧은 순간, 민수는 미친놈으로 인정 되었고

수많은 핸드폰이 주인에게서 따돌림 당했다.


저 끝 노약석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놀랐는지 일어나 있었다.


민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이번 역은 광화문, 광화문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전철을 깨워놓고

민수는 유유히 탐욕의 쇠덩이를 벗어나 사라진다.

누군가 뒤에서,


오늘 뭔 날이예요?

아무 날도 아닌 것 같은데요.

근데 왜 애국가를?

깜짝 놀라 따라부를 뻔 했어요.


-글. 김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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