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편지

-photopoem.휴-

by 김휴


동백꽃 편지

또 한 번 문득 죽었습니다

눈을 뜬 채 죽은 까닭은

다음번에 죽을 나를 생생히 보려는 이유,

나는 언제나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꽃이었다가 바람이었다가 수없이 변심 중입니다

바람이 들려준 시는

딱 한번 붉도록 안아준 그의 얘기였습니다

그는 물음표 같아서 눈물로 답할 수밖에

내 고백에 슬픔을 입히는 그는

내가 미움으로 꽃피운다는 것도 모릅니다

그의 발등으로 내가 떨어지면

무의미를 위해 바람조차 기억을 닫습니다

그 기억들을 다 용서한 후에

내가 고스란히 죽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죽음을 예감할 때입니다

내 수신인은 늘 버지니아울프라는 이야기,

무의미해질까 봐

날마다 생겨나는 과거까지 지워버립니다

반송된 죽음은 없고

미수에 그친 고백만 있습니다

양심이 있다면

하나의 죽음이라도 거두어 가시길

글&사진. 김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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