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가리소설. 휴 콩트-
제사
-쪼가리소설-
고요만이 흐르는 거실, 공교수는 정성스레 지방을 쓰는 중이다.
제사상을 차린다.
해마다 몇 번씩 차리는 제사상인데도 제례는 익숙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제사는 그런 제례를 따를 필요가 없다.
그냥 제일 앞줄은 대추, 밤 그리고 과일을 한 줄로 깐다.
지방 앞은 밥과 국 한 그릇이 놓였다. 밥그릇 옆에 컵라면이 하나 놓였다.
그리고 그 사이는 생선구이와 떡, 그리고 햄버그 하나, 과자 등이 깔렸다.
제례도 시대를 거부하지는 못 하는 듯 하다.
그냥 고인이 평소에 좋아했던 음식이면 허용하는 추세랄까.
공재영 교수는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운다. 이제 준비는 끝났다.
그의 옷차림이 이 의식에 맞나 싶다. 청바지에 자켓 차림이다.
그럼에도 진지한 표정으로 가는 기침 소리를 내며 제사의 시작을 알린다.
몇 번의 술잔을 올리고 이것저것 많이 드시라고 음식 위 젓가락을 옮기고
마지막으로 조용히 머리를 숙이고 앉아 그 분의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린다.
이제 공교수가 음복을 하고 수저를 치우고 지방을 태워야 하는데
지방은 그 중앙자리에 그대로 둔다.
공교수는 제사상을 앞으로 끌어내어 자리를 잡는다.
밥 한 술 뜨고 다 식은 국 한 숟가락을 퍼먹고는
술잔을 채우더니 자기 맞은 편에 놓인 사각틀에 꽂힌 지방을 향해 잔을 건넨다.
"자~ 한 잔 하시게
아까 제사 때 올린 잔은 귀신에게 올린 것이고
지금은 저승의 공재영 교수에게 주는 거네."
그 잔을 자기 앞에 놓인 잔과 쨍 부딪치고는 지방 앞에 놓는다.
그리고는 잔을 단숨에 비운다.
공재영 교수는 가벼운 탄식조로 중얼거린다.
"내가 나에게 제사를 올리는 이 해괴한 짓을
누가 이해를 해줄까?"
햄버그, 컵라면은 공교수의 주식 같은 것이었기에
제사상에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교수가 햄버그를 펼쳐 지방 앞에 건네며
"자네를 너무 외롭게 만들어서 미안하네."
요즘 세대는 독자가 천지겠지만 공교수 세대에는 5대 독자라면 희귀한 족속에 속했다.
이런 공씨 집안 5대독자 공재영 교수는 장가도 못간 노총각이다.
지금은 퇴직한 상태다. 친척도 없고 먼 친척은 있겠지만
미국 유학 중에 부모가 돌아가시면서 종친회 존재도 모른다.
몇 년은 꾸준히 연락도 오더니만 아예 소식 끊긴지 오래다.
굳히 종친회를 찾아볼 동기부여도 없었다.
조부모, 부모 제사도 늘 혼자 지내왔다. 솔직히 명절과 제삿날이 가장 싫었다.
아버지 때만 해도 3대 봉사를 했는데 종친회 어른들도 참석해줘서 제사의 온기가 충분했었다.
지금 공교수는 2대 봉사 중이지만
늘 따뜻했던 할머니에 대한 기억 때문에 조부모 제사를 지내고 있는 것이다.
공교수 입장에서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모시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시점에 중요한 문제는
자기가 죽고나면 누가 내게 제사밥을 먹여줄 것인가?
이 부분에서의 애달픔을 지우려 부단히 애를 썼지만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선택한 수단이 '자기 제사'를 지내는 일이었다.
외로운 5대 독자에게 살아 생전에 제사상이라도 받아보라고
자기가 자기에게 제사를 올리는 것이다.
오늘은 백수가 된 공재영교수 생일이다.
생일을 제삿날로 잡은 것이었다.
'현고 교수 공재영 신위'
이 지방은, 공재영 사후에는 세상에서 볼 수 없는 본인의 지방이다.
글씨가 너무 단정해서 그런지 고독과 포기 같은 것이 느껴진다.
저 구석 제기에 꽂힌 향은 제 몸을 거의 다 태운 상태였고
촛대에 꽂힌 초는 눈물을 넘치도록 흘린 모습이었다.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사람의 자화상처럼.....
-글. 김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