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 2

-쪼가리소설-

by 김휴

mission 2

-쪼가리소설. 휴 콩트-


버스에서 내리면 코앞이 '무인아이스크림할인점'이다.

이곳에 내릴 때마다 생각한다.

저 화려한 가게에서 아이스크림 딱 하나만 훔치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미션은 쾌감이나 성취감 같은 것을 안겨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끔 이용하는 할인점이지만 가게 안을 유심히 살펴 본적은 없었다.

분명 누군가가 감시카메라로 들여다보고 있을 것은 분명하다.


이런 못된 심리가 일어나는 상태를 심리학적으로는 어떤 논리로 이야기를 할까?

나도 이런 심리가 왜 생겨나는지 궁금하다.


한 개라면 기껏해야 육 백원이다.

귀가할 때마다 나의 미션은 나를 자극한다.

수행 가능하지도 않은 일을 지독하게 강요하는 것이었다.

미션을 성공하면 그 값어치는 얼마나 될까?


버스는 도착했고 나는 내렸다.

무인점포는 얄미울 정도로 불이 환하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바구니에 골라담는다.

열 한개를 담았다. 열 개만 찍을 작정이었다.

일반적으로 열 개를 사지, 열 한개를 살 확률은 현저히 낮을 거라 생각했다.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기 전에 비닐봉지 한 장을 뜯어놓았다.

한 개는 잽사게 비닐봉지 밑에 밀어넣고 열개를 찍었다.

카드를 밀어넣고 계산을 끝냈다. 목덜미가 화끈거린다.


검정비닐 봉지를 들고 나온다.

속으로라도 미션 성공을 말하지 않았다.


"이건 도둑질이 아니고 그냥 미션이야!"


그날은 생으로 날밤을 까고 말았다.

아무리 뒤척여도 잠이 오지 않았고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굶주림 끝에 빵 하나를 훔친 장발장은 무려 19년 감옥살이를 했다.

이 미션과는 연관없는 소설 '죄와 벌'까지 떠올리며 합리화를 위해 앓았고

자정 무렵에 컵라면에 소주 몇 잔까지 마셔버렸다.

밤새도록 양심을 미션과 바꿔먹은 것 같아서 자기변명을 구하다 아침을 맞았다.


다음 날, 피곤한 근무를 마치고 퇴근을 위해 늘 그렇듯 버스를 탔다.

버스는 요란스런 저녁 풍경을 가로질러 아파트 앞 정류장에 도착,

나는 주저함도 없이 무인아이스크림 가게로 들어간다.

눈에 가장 먼저 띈 아이스크림 박스 뚜껑을 열고 그냥 잡히는대로 아이스크림 네 개를 담는다.

곧바로 계산대에서 노려보고 있는 눈알에 바코드를 찍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마지막 한 개는 두 번을 찍었다.

네 개를 담고 다섯 개 값을 계산했는데도 아무 말도 없다.


하나 더 담으세요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어째든 어제 빚은 갚은 거다. 밖은 냉동고보다 더 상쾌하다.

아이스크림바 하나를 깨물면서 아파트로 들어간다.


"미션은 그냥 미션이야!"


글. 김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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