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에세이 경계에서-
질투라 생각해
지금 나는 불덩어리,
뜨거움과 아픔이 충돌하면서 결국 융점에 도달하여 녹아내린다는 것으로
몸은 아픈 시를 흉내 내고 있는 중, 수많은 후회의 농축일지도 모른다.
이불을 뒤집어쓰면 온갖 기억들이 다 달려든다.
불쑥 떠오르는 얼굴이 방금 떨어진 열매 같아서
미안하다 말을 건네주지만, 그는 표정이 없다.
시든 꽃의 체념으로 나를 키웠으므로
불시에 들이닥친 아픔들은 그냥 녹아내리기를 기다려야 했다.
지독한 원망은 절대 녹아내리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녹아내리고 있다.
붉은 새떼가 내 몸을 쪼아대고
천 년 전에 죽은 스핑크스가 알 수 없는 수화를 보내고
아득한 절벽에 서있다.
나를 통째로 집어삼키겠다는 저 시뻘건 아가리!
온몸을 감싼 물기를 첨벙대며 도망치는 내 영혼!
예감하지 못한 불행은 생의 질투라고 생각해 버리자.
그때 깨닫지 못한 이 한 마디가 감기의 절정 무렵에서 깨닫게 되다니
갑자기 왜 이런 넋두리를 늘어놓는지 모르겠다.
이 시간에 내 詩는 애매한 수수께끼를 던져놓고 가출 해버렸다.
왜 그대의 글은 포옹의 순간이 없을까?
일어나 내 사유에 욕지거리를 채울 것인지
그냥 죽어있을 것인지 그 결정마저 두렵다.
지금 나는 불덩어리,
아직 이별을 준비하지 못한 채 슬픔을 부풀리는 불덩어리!
죽을 것 같아!
내가 죽도록 누구를 사모했던 적 있었던가?
추신:
예방접종을 못한 내 정신이 감기를 앓고 있어서
그대와의 약속은 심한 기침으로 소멸하였음을.
글. 김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