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가리소설. 휴 콩트-
표정
-쪼가리소설-
철수는 늘 우울하다.
학교에 들어가면서 즐거웠던 기억은 거의 없다.
모호한 자신의 표정 때문에 너무 많은 곤욕을 치뤘다.
표정 때문에 처음 겪은 일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빌었는데도
선생님은 거짓 쇼로 보았고 심지어 비웃는다며 나에게 체벌을 가했다.
축하한다고 미소까지 날렸는데도
내 표정이 시큰둥하게 보였는지 나를 오해했다.
왜? 내 표정은 진정성이 없을까?
슬픔과 기쁨이 바뀐듯한 혼돈의 표정을,
좋음과 싫음이 뒤바뀐 발현을 유전적으로 물려받았다면
이건 순전히 부모 탓이다.
그런데 표정에 대한 F1의 고민을 두 사람은 모른다.
심지어 네 아버지는 좋으면서도 좋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던
어머니는, 너는 네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며 속을 끍어대곤 했었다.
그런 낮과 밤이 다르게 읽히는 철이의 표정 때문에
재수하면서는 완벽한 무표정으로 살았고
리엑션이 필수조건인 모임은 거의 손절하고 살았다.
몇 안 되는 친구들까지도 그를 돌부처쯤으로 알고 있다.
그런 철수가 좋다고 데이트를 신청한 여자가 있다.
철수는 사실 연애를 한 번도 해본 적 없고 감히 꿈조차 꿔본 적 없다.
표정 짓기에 자신이 없어서 썸타는 일은 진작에 포기하고 살았었는데
그렇게 철수는 그녀와 날마다 학원 강의가 끝나면 도서관으로 분식집으로
가끔 휴일이면 야외로 모든 일상을 그녀와 같이 했다.
그런 둘의 사랑놀이 중에도 철수는 늘 궁금했다.
이 친구는 내 표정에서 느끼는 게 없을까?
분명 알면서 그냥 묻고 간다면 내 어떤 면을 좋아하는 것일까?
철수 생일날이다. 둘은 간단한 이벤트도 하고
남산에 올라가 야경을 보며 곧 둘이서 떠날 여행 이야기도 했다.
갑자기 철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너는 내가 왜 좋았어?"
그녀가 철수를 빤히 쳐다보며
"정말 오빠는 반듯한데... 표정은 약간 무식하게 보여서
그래서 너무 좋았어!
오빠 표정의 엉뚱함은 너무 매력적이야!"
철수는 그녀의 말을 몇 번이고 곱씹고 있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이런건가?
글. 김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