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가리소설. 휴 콩트-
꽃물남
-쪼가리소설-
정대리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상대에 대한 배려심도 깊고 커피에 관한한 배려심이 최고다.
늘 그의 손엔 커피가 여러 잔 들려있다.
배타적인 면은 전혀 없는 인성이지만 그럼에도 직장동료들은 그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그의 별칭은 꽃물남이다
그의 손톱에는 일년내내 봉숭아 꽃물이 들어있는 이 부분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무엇 때문에?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 물어보지 않았으니 그 까닭도 모른다.
대놓고 물어보기가 혹여 그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았다.
직장 동료라는 관계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이 분명하기 때문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정대리를 이상한 남자로 치부해 버린다.
마침내 그들은 꽃물남이라는 별명을 만들어 주고는 수근거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꽃물남은 아무런 반응도 대응도 없다.
마침내 게이라는 소문도 생겨난 모양새다.
상당히 심한 수준까지 뒷담화가 돌림빵 수준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꽃물남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달았을지도 모른다.
회식이 있는 날이다. 제법 큰 식당에 직원들이 자리 잡았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최부장이 크게 헛기침을 하면서
사내에 이상한 소문들이 나돌아 심기가 불편하다면서
정대리를 불러 세운다.
"정대리!
꽃물 들인 손톱에 대해 뭐라도 말해줄 수 없습니까?"
직원들은 깜짝 놀란 눈으로 정대리를 바라본다.
정대리가 웃음을 띄며 일어선다. 그러면서 자기 손가락을 펼쳐 보인다.
옅은 꽃물이 배인 손톱이 분위기 탓인지 슬퍼 보이기까지 한다.
"저는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할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제가 직장 생활을 시작할 무렵 할머니께 치매가 왔습니다. 정신이 오락가락 하십니다.
어느 날 할머니께서 복숭아꽃을 따오셔서 꽃물을 들이자며 제 손톱에 으깬 꽃잎으로 감샀습니다.
치매 때문일거라 생각했지만 차마 저는 싫다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후 할머니께서 봉숭아꽃 물들인 내 손을 잡으시고 예쁘다 하실 때가 제일 정신이 맑으실 때입니다.
그때는 온전히 정신이 돌아오셔서 제 손을 어루만지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다 풀어놓으십니다.
저는 그런 할머니가 정말 좋았습니다.
해마다 저희 집 작은 화단에 복숭아꽃이 피면 할머니는 나를 불러 앉아놓고는
손톱마다 챙챙 매여 꽃물을 들여 주십니다.
그런 할머니의 사랑을 저는 거부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살아계시는 동안은 제가 꽃물을 들여달라고 할머니께 응석을 부릴 작정입니다."
순간, 정대리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제 손톱에 꽃물이 희미해지면 할머니가 정신을 놓으실까봐
냉동고에 보관해둔 봉숭아꽃을 꺼내 할머니께 물들여 달라고 조릅니다.
제 손톱을 챙챙 감으시며 할머니는 얼마나 행복해 하시는지 모릅니다."
직원들도 슬픔이 몰려오지만 한 목소리로 외칩니다.
“할머니 사랑합니다!”
글. 김휴